1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자원으로 인한 토양과 해양 오염 뿐 아니라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온실 가스 배출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1회용 컵 사용량은 어마어마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7년 한해 4억2000개에서 2018년엔 25억개로 늘어났다. 2018년 기준 회수율은 5%. 나머지 23억개 이상의 1회용 컵은 소각·매립 처리된다.
이번 보증금 제도는 1회용 컵의 원료인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국내 화학업체들에게도 큰 관심사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이 바이오 플라스틱, 생분해 플라스틱과 함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사용 후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으로 폐플라스틱 회수율이 높아지면 플라스틱 재활용에 필요한 원료도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탄소중립 달성과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야 하는 화학기업들에겐 그야말로 '귀한' 쓰레기다.
# 원자력 발전의 친환경성도 재조명되고 있다. 폐기물과 방사능 문제 등으로 홀대 받던 원자력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청정에너지로 신분이 바뀌는 중이다. 이산화탄소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로 탄소중립 실현의 견인차로 평가된다. 원전은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확보 등의 조건이 붙긴 했지만 친환경 산업 목록 격인 EU텍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5월 출발하는 윤석열 정부도 '원자력 최강국 건설'을 공약할만큼 원전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최근 세상의 변화는 '친환경'을 빼곤 설명할 수 없다. 온실가스와 쓰레기가 야기히는 기후 위기와 오염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에너지와 산업, 소비 생활의 대전환이다. 어려운 과제다. 성장과 생산성만 보고 달려왔던 인류의 경제 활동이 지속가능성이라는 새 패러다임 아래서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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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우리 모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상승과 비효율,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업은 기존 것을 과감히 줄이고 새 사업을 찾고 있다. 청정 에너지에 대한 개념도 새롭게 따져보고 있다.
대한민국 재계의 거목 아산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새 천년이 시작된 2000년 1월1일 0시 머니투데이에 기고한 칼럼에서 '인터넷 소용돌이'가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인터넷의 가능성 앞에서 땀을 쏟으며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며 그를 바라보는 자신도 덩달아 흐뭇하다고 썼다. 그의 칼럼 제목은 '세상의 변화가 여전히 멋있다'였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향한 긴 여정의 시작점, 세상의 변화는 여전히 멋져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