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험마케팅의 한계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2.03.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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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지 증권부정인지 증권부


"경험을 선사합니다." 명품 광고에서나 보던 문구가 요즘엔 모든 마케팅의 핵심이 되고 있다. 소폭 할인보다 재밌는 경험을 쫓는 2030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경험 마케팅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체험형 매장이나 스포츠 브랜드의 마라톤 대회처럼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열리곤 했다. 과거와 다른 점은 경험을 통해 상품의 기능, 효과를 강조하기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즐길 수 있는 가'하는 것이다. 2030들의 눈길을 끌어 인터넷 상에서 이슈가 재생산되길 바라는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대면활동이 줄어 들면서 SNS는 2030세대의 놀이터가 됐다. 얼굴 한번 보기 힘든 회사 동료보다 함께 취미를 나누는 랜선친구가 가깝다.

쇼핑업체들은 '콘텐츠 커머스'를 내놓고 편의점, 화장품 기업들은 NFT(대체불가토큰) 한정판매를 위시한 이벤트에 나선다. 수프라, BCC 등 메타버스 세계관을 도입하는 패션업체들도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PPL(간접광고)와 같은 숨겨진 광고보다 낫다고 보기도 한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CJ온스타일의 디지털 콘텐츠 커머스 '브티나는 생활'에서는 일주일 거래액이 25억원을 달했고, 국내 레깅스 시장 점유율 1위인 젝시믹스는 NFT 판매 나서 하루 만에 완판에 성공했다. 롯데는 아예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활용해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막상 경험 마케팅으로 '메가히트'를 쳤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유튜브 구독자, 트위터 팔로워 숫자가 상품 판매와 정비례하지 않는다. 기업들의 콘텐츠에 '좋아요'와 '공유'가 늘어난 것과 실제 구매에 나서는 것은 별개의 일이기 때문이다. 놀이는 놀이에 그칠 때 가장 즐거운 법이다.

길거리에서 3초마다 보인다는 '3초백'이나 중고등학생들이 주로 입는다는 의미의 '일진패딩'은 누군가가 의도해서 만들어진 유행은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유행을 따르면 유행에서 벗어나게 된다(Fashion is made to become unfashionable)'는 코코샤넬의 말을 되새겨 봐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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