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원에 산 전기 108원에 팔았다…'20조 적자 위기' 한전, 돌파구는?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2022.03.14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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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2022.1.9/뉴스1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2022.1.9/뉴스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올해 한국전력의 영업적자가 2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가는 뛰었지만 전기요금은 이에 맞춰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를 차라리 폐지하고 과거 전기요금 산정체계인 총괄원가제로 되돌리는 것이 에너지 위기 대응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13일 전력거래소(KPX)에 따르면 통합 SMP(계통한계가격)는 지난 2월 평균 1kWh(키로와트시)당 197.32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평균 SMP인 75.44원과 비교하면 약 262% 오른 것이다. SMP는 한전이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기준 비용인데, 그게 1년 사이 3배나 올랐다는 얘기다.



반면 판매단가는 평균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 판매단가는 1kWh당 108.1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올해 1분기(1~3월)에 적용되는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을 고려하면 현재 적용되는 판매단가는 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 입장에서는 지금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같은 구조가 지속되면 한전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5조860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 전망은 더욱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한전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영업손실 14조8003억원이다. 신한금융투자와 현대차증권 등은 최근 한전의 올해 영업손익 추정치를 19조~20조원 적자로 추정하기도 했다.



SMP가 1년 사이 3배나 오른 것은 세계경제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국제유가가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말부터 고조됐던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위기는 그렇지 않아도 오르고 있던 유가 급등세에 불을 붙였다.

양국간 전쟁이 발발하고,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착수한 이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WTI(서부택사스산원유)는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106.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일에는 배럴당 123.7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비용상승이 전기요금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료비 상승을 전기요금과 연계하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2020년말 도입했으나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국제유가 상승에 맞춰 요금을 인상하지는 않았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 전기요금을 전기대비 3원 올렸으나 올해 1분기 인하폭(-3원)을 고려하면 연간 기준으론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셈이다.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 상 기준연료비를 올해 1kWh당 9.8원 올릴 계획이나 영업손실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대규모 영업적자 때문에 한전에 빚이 쌓이면서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지금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서 생기는 이자비용 때문에 추후 내릴 수 있는 전기요금을 못 내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결정체계를 연료비연동제 도입 이전인 총괄원가제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이전 연료비를 포함한 구입전력비, 인건비, 법인세 등 원가에 적정수준의 이윤을 더한 총괄원가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정했다.

한전이 총괄원가를 산정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요금조정을 신청하면 산업부가 이를 검토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요금조정을 인가하는 식이다. 준칙으로 운영되는 현 제도에 비하면 정부의 정책결정에 따라 자의적으로 요금이 오르내릴 수 있다는 한계가 있으나 위기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에너지 전문가는 "연료비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한전의 적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차라리 연료비연동제를 없애고 과거와 같은 총괄원가제로 돌아간다면 요즘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훨씬 용이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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