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중대형 '0점 당첨' 속출 왜?…"무주택자 아무도 청약 안해"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2.03.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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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시티 4차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현대건설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시티 4차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현대건설


최근 분양한 인천 송도 중대형 아파트에 가점제 당첨자가 한 명도 없어 '0점 당첨'으로 표기된 사례가 속출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무주택 청약자들이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아 분양 물량이 모두 유주택자에게 추첨제로 돌아간 것이다.

최근 집값 오름세가 꺾인 데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여파로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없는 분양가 9억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청약 열기가 한층 가라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시티 4차 중대형 물량 대부분 추첨제 공급…유주택자가 더 샀다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일 당첨자를 발표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 전용면적 99㎡A형, 109㎡A형, 165㎡P형 등 3개 타입 1순위 해당지역 당첨가점은 '0점'이다.

이는 당첨자 평균 가점이 0점이 아니라, 가점제로 당첨된 청약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의미라는 게 청약홈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단지에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최소 가점은 9점(유주택자 1인 가구 5점, 청약통장 2년 납입 4점)이어서 '0점' 당첨은 불가능하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하는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공급 물량 50%를 가점제로, 나머지 절반은 추첨제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만약 인천에 거주하는 무주택자가 해당 주택에 당첨된 경우 1순위 해당지역에 최소 가점이 표시된다. 따라서 최소, 평균 가점이 모두 0점으로 표기된 것은 전량 추첨제로 공급된 결과다.


350가구를 공급한 전용 99㎡A형은 1순위 기타지역(서울, 경기 등 수도권 거주자) 당첨자 가점이 최소 24점, 최고 56점으로 일부는 가점제로 공급됐다. 하지만 전용 109㎡ 219가구, 전용 165㎡ 9가구는 전량 추첨제로 공급됐다.

분양가 9억 넘어 중도금대출 불가…대출규제+금리인상 직격탄에 청약수요 둔화
이는 우선 대출 규제 영향이 크다. 분양가격은 전용 99㎡가 9억4900만~9억9900만원, 전용 109㎡가 10억5000만~11억300만원, 전용 165㎡가 24억9700만~25억1200만원으로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없다.



결국 현금 여윳돈이 있는 유주택자들이 추첨제로 갈아타기 실거주,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추가 구입한 결과로 풀이된다.

송도 청약시장이 한풀 꺾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급등한 시세가 반영돼 분양가격이 높아졌고 금리도 올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도 이전보다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단지 전용 84㎡형은 최고 분양가 8억9900만원으로 모든 타입이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타입별 당첨자 최저 가점이 18~35점으로 이전 분양 단지보다 20~30점 낮아졌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은 4.65대 1로 2020년 10월 바로 옆 부지에 공급한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3차(44.75대 1)보다 대폭 하락했다.



이는 여러 요건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1년 6개월 전 분양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3차는 전용 84㎡가 7억원대, 전용 99㎡가 8억원대로 이번에 공급한 4차보다 약 2억원 낮았다"며 "시세가 반영돼 단기간 분양가가 크게 올라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는 인식이 생겼고 연내 청라, 검단 등에 5~6억원대 분양하는 단지가 많은 것도 직간접적으로 청약 실적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송도럭스오션SK뷰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송도럭스오션SK뷰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송도자이더스타 이어 무순위청약 또 나오나…더샵 아크베이, 럭스오션SK뷰 등 다른 단지들도 미계약분 있어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는 오는 3월 14일부터 계약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계약분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분양 업계에 따르면 이미 일부 타입은 예비당첨자 70번대까지 계약진행 의사를 타진하는 문자 안내가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 아파트 청약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침체 분위기를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1순위 청약에서 2만여명이 몰린 '송도자이더스타'는 최초 당첨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30여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남아 예비당첨자 후속 계약을 거쳐 84가구가 청약 통장 없이 입주자를 선정하는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올해 2월 평균 47대 1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더샵 송도 아크베이(775가구)'도 일부 부적격자와 계약포기자가 나와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평균 4.2대 1의 경쟁률에 그친 '송도럭스오션SK뷰(1114가구)' 단지는 일부 타입이 1순위 청약에서 미달해 2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이 단지에선 특히 주거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일부 타입도 가점제 당첨자가 없었다. 오는 10일까지 정당계약을 진행하는데 미계약분이 나오면 무순위청약으로 시장에 풀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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