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명에게 안 닿는 말 '한표 줍쇼'[광화문]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22.02.28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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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2차 법정 TV 토론회에서 대선 후보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순서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2022.2.25/뉴스1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2차 법정 TV 토론회에서 대선 후보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순서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2022.2.25/뉴스1


300조원 이상과 266조원. 대통령선거일이 가까와올수록 표를 달라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공약 달성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다. 증세라는 말을 꺼리는 이들과 달리 '꼭 필요한 곳에 쓸테니 세금을 올리겠다고 당당히 말하라'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 공약 실현에 필요한 예산이 120조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양강 후보들이 자신들의 국가경영에 필요한 돈이 커보인다.

이들은 투표권을 가진 이들에겐 다양한 방법으로 손을 내민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소확행) 공약(이재명)과 심장이 쿵 울리는(심쿵) 약속(윤석열)이 대표적이며 소복소복(소시민의 행복, 소소한 행복) 이행, 59초 쇼츠(짧은 동영상) 공약 등 줄을 잇는다. '(대선인데) 어떻게 이런 것까지 생각했지'라는 궁금증이 드는 공약도 많다.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는 탈모인을 위한 공약이 대표적이며 '할인점 자율포장대 복원', '담뱃세를 이용한 흡역구역 확충' 등 그야말로 살뜰히 챙겼다. 더 위중한 환자에 쓰여야 할 건강보험 예산이 낭비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과 담배를 피울 권리보다 담배연기를 원치 않는 이들의 목소리는 애써 외면한 것 아니냐는 궁금증도 들기 마련이다.



이들 공약은 탈모인과 흡연자 등 후보들이 노림직한 한표와 분명 연결돼 있다. 후보들이 꼼꼼하게 표를 챙기는 동안 한표를 행사하기 어렵거나 포기할법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후보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다.

44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권자수와 투표율 예상치(19대 대선 투표율 77.2%,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설문(1510명 대상 2월7~8일 한국갤럽 조사)결과 투표의사층 83%) 75~80%를 감안하면 20 ~ 25%(880만 ~ 1100만명)는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된다. 후보들의 이력과 주변을 둘러싼 잡음 등으로 역대 선거와 비교할 수 없는 비호감 대선인 만큼 자발적으로 기권을 선택한 이들도 있고 다양한 이유로 불가피하게 표를 행사하지 못 하는 이들도 있다. 이동의 제약이나 도움을 받기 어려워 투표장에 가기 쉽지 않은 장애인들이 대표적이고 주거가 불분명하고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 독거노인, 쪽방촌 거주민 등도 떠오른다. 코로나19(COVID-19)로 직격탄을 맞아 한끼 밥이 아쉽고, 하루벌어 하루살기가 빠듯한 이들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이재명, 윤석열 등 주요 후보들은 이들을 위한 공약도 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윤석열 후보는 10대 공약 중 네번째(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 항목 중 일부에 장애인 이동권 강화 및 복지서비스 선택권 확대를 넣어뒀다. 하지만 저상버스를 시외·고속·광역버스로 확대 운영하고 중증장애인 콜택시를 늘린다는 것은 연일 수도권과 도심 지하철에서 시위를 벌였던 장애인단체(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확대 요구와는 결이 다르다. 장애인들은 도시와 도시간 왕래보다 지역내 이동 지원이 더 시급할 수 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워딩이 아닌 선대위 차원에서 혹독한 겨울나기를 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를 확대하겠다며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 확대' 등을 공약했다. 집에 온기를 더해주겠다니 일견 부족함이 없어보이긴 하지만 굶주리는 그들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언급이 없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후로 교회를 찾는 정도의 행보 외에는 끼니를 거를 정도의 빈민은 거의 입에 올리지 않는다. 표를 찾아 전국 구석구석을 찾아다닐 뿐이다.

이탈리아인이면서도 30년간 경기도 성남에서 신부복(로만 칼라) 대신 앞치마를 두르며 배식 봉사를 해온 김하종 신부는 '밥과 사랑은 하나이고 십자가는 쌀포대'라고 말한다. 김 신부의 고백이 담긴 책 '사랑이 밥먹여 준다'를 보면 그의 사역처에서는 불교 신자가 야채를 다듬고 가톨릭 사제와 개신교 신자들이 도시락을 포장한다. 무슬림 봉사자와 무속인 봉사자의 청소도 빼놓을 수 없다. 대선판에서 표를 찍거나 못 찍거나 안 찍거나 물론 상관없을 터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가 상대를 향해 게이트의 주역이라고 몰아볼이는 '대장동' 아파트 단지에서 표는 없을지라도 김 신부와 낮은 이웃들이 모여있는 '안나의 집'은 20여분 거리다.
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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