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꿈에 그리던 곳인데…" 동기도 강의실도 모르는 '미개봉 중고 대학생'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강주헌 기자, 홍재영 기자, 황예림 기자 2022.03.11 10:02

글자크기

[MT리포트]코로나 그레이존(중)-코로나 2년에 늘어난 '금쪽같은 내새끼들'④

편집자주 코로나19로 공공이 분담하던 역할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가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거리두기와 비대면 일상화에 따른 부작용도 커졌다. 매 맞는 아이, 학대당하는 부모가 있어도 주변에서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홀로 살던 누군가 죽어도 알아채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코로나19가 만든 사각지대, 이른바 '코로나 그레이존'에 갇힌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짙어진 우리 사회의 그늘을 짚어본다.
지난해 12월 7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에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해 건물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 뉴스1  지난해 12월 7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에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해 건물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 뉴스1




"학교 입학하고 지난 2년 동안 학교를 7번 밖에 못 가봐서 캠퍼스 건물이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코로나19(COVID-19)가 장기화되면서 대학생들은 노트북에 앉아 수업을 듣는 노량진 학원가의 '수험생'과 다를 바 없어졌다. 대학에서 어울리며 인간관계를 배울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다. 실제로 한번 더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재수생, 삼수생은 물론 대학 입학금을 내고도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반수생'도 크게 늘었다.

이제 3학년인데 건물 위치도 모르는 20학번
"삼수해서 대학 왔는데...미팅 한 번 못해봐서 사수도 생각했어요."



이화여대 한국음악학과 20학번인 정은서씨(가명·22)의 대학 생활은 혼돈 속에서 이뤄졌다. 정씨가 입학하자마자 코로나19(COVID-19) 감염증이 전국으로 확산했다. 대학 수업은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정씨를 포함한 20학번 학생들은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을 누리지 못했다.

정씨는 "동기 50명 중 5명이랑만 연락을 하고 있다"며 "동기들과 밥을 먹고 미팅을 나가는 등 친목 모임을 하고 싶었지만 거리두기 때문에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털어놨다.

같은 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교 3학년 박모씨(24)씨는 "지난 2년을 집에서 줌(Zoom) 수업을 들으며 살았다"며 "OT는 수차례 미뤄지다 결국 취소됐고 MT도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삼수를 해서 대학에 왔는데, 미팅 및 동아리 활동 등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을 하지 못해서 수능을 다시 치를까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친해진 선후배가 한 명도 없다. 박씨는 "수시 전형 합격생들은 입학할 때부터 학과가 정해져서 동기들끼리 서로 만날 수 있지만, 입학할 때 자율전공으로 배정된 400여명의 정시 입학생들은 1학년 때 전공이 없어서 모임을 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했다.

재수, 삼수를 택하는 경우는 크게 늘었다. 2018년도에 치른 2019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서 전체 수험생 중 졸업생의 비율은 22.8%, 2020학년도 수능 시험 중 졸업생 비율은 25.9%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1학년도에는 졸업생 비율이 전체 수험생의 27%,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26.4%로 늘었다.

성균관대 21학번 김모씨(22·여)는 "온라인으로 대학 강의를 듣다보니 시간이 많아 반수를 준비해 작년에 재입학했다"며 "주변에 저처럼 대학 등록해놓고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생이 많다"고 말했다.

'대면 수업' 원하는 21학번·신입생·학부모..."대학 비대면 수업, 인터넷 강의와 다를 게 없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비교적 완화됐던 2021년에도 학생들의 대학 생활은 2020년과 다를 게 없었다.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21학번 최모씨(21)는 "방에서 컴퓨터로 수업을 듣는 대학 강의가 고등학교 시절 들었던 인터넷 강의와 완전히 똑같았다"며 "시험 기간에 한 학기 수업을 다 몰아서 듣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수업은 확실히 집중이 잘 안 돼서 수업을 듣고 얻는 것도 기억에 남는 것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여대에 올해 입학한 22학번 박모씨(20)는 교육부의 '대면 수업' 권고와 다르게 비대면 수업을 받는다. 박씨의 학교는 오미크론 확산세 우려로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했다. 박씨는 "새로 입학하는 학교에서 동기들 얼굴을 보고 친해질 생각에 설렜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며 "비대면 수업은 인터넷 강의와 다른 점이 없어서 대면 수업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3학년 때 1년 동안 대면 수업을 한 결과,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 확진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고 했다. 이어 "중학생 때부터 학생회 활동을 하며 여러 학생의 의견을 수렴해서 개선하는 과정이 보람찼다"며 "대학교에서도 학생회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대학생 3학년 자녀를 둔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주부 이모씨(49)는 자녀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서 오해가 잦아졌다고 밝혔다. 이씨는 "온종일 집에 있는 아들에게 마트 심부름 등 집안일을 시켰는데, 아들은 수업 중이었다"며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으니 공부하는지 노는지 확인할 수 없어서 노는데 집안일을 거부하는 거로 오해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은 취업 진로 준비에도 방해돼...전문가 "학교에 답이 있다"
대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이 취업 준비에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방송사 취업을 지망하는 건국대학교 21학번 최모씨는 "코로나로 인해 미디어 아카데미는 비대면으로 전환돼 기존에 선배를 만나는 기회는 사라졌고 방송국 견학 또한 없어졌다"며 "강의를 듣는 형식으로 바뀌어서 실질적으로 배운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에 재학 중인 대학교 2학년 최모씨(22)도 "2년 동안 대외활동을 못 하고 있고 동기들과 함께 공부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어서 취업 관련 궁금한 점을 혼자 풀어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전문가는 학교에 답이 있어서 학생들이 학교에 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상훈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은 전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학생이 성찰하고 반대로 질문했을 때 피드백을 받아야 완성된다"며 "하지만 온라인 수업에서는 피드백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수업만으로 성장하진 않는다"며 "학생들은 강의실 밖에서도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이해해야 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내면적인 성숙을 배우는 등 살아있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노량진 학원에서 수업 듣는 것과 다른 게 없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