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백신·키트 뒤에 또…애플도 탐낸 '삼성 특급해결사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2.0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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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자가진단키트 생산업체 젠바디에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전문가와 젠바디 직원(가운데)이 자가진단키트 조립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충남 천안의 자가진단키트 생산업체 젠바디에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전문가와 젠바디 직원(가운데)이 자가진단키트 조립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에는 생산공정 분야의 특급 해결사들이 있다. 스마트공장지원센터로 불리는 조직이다. 직원 대다수가 가전·반도체 분야에서 경력 25년 이상을 쌓은 전문가로 구성됐다. 이 팀이 투입되기만 하면 생산효율이 기적처럼 솟구친다.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이 빚어졌을 때 마스크 제조업체(화진산업)로 달려가 하루 4만개였던 생산량을 10만개로 끌어올린 팀이 바로 이 팀이다. 반년 이상 걸린다던 코로나19 백신용 최소잔여형주사기(LDS·풍림파마텍 제조) 양산도 이 팀이 투입된 뒤 두달만에 성사됐다.



혹자는 2018년부터 스마트공장지원센터를 이끌어온 김종호 사장을 두고 '마법사'라고 부른다. 해당 분야의 웬만한 전문가들이 봐도 마법 같은 일을 이뤄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 사장이 공장을 한바퀴 돌면 막혔던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나고 두바퀴 돌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함께한 중소벤처기업부 차정훈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제조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품질을 타협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품질을 더 끌어올리면서 더 많이 생산하도록 하는 게 옆에서 지켜본 삼성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꼭 한번 더 와달라"…마법 같은 눈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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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가 찾아간 기업들에선 처음에 "삼성이라고 해도 뭐 다를 게 있겠냐"는 반응이 늘 "꼭 한번 더 찾아달라"로 바뀐다. 경영난으로 동남아 이전을 고민했던 의료용 고글 생산업체 오토스윙의 허문영 대표는 "개발부터 생산, 창고관리까지 생각도 못했던 세세한 부분까지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았다"며 "생산성이 올라서 해외로 공장을 옮길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소기업의 SOS를 접수하면 설비·인력·물류 재배치는 물론, 설비 자체가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부품을 최적화하고 부족한 부품은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원자재가 부족할 때는 공급처를 대신 뚫어줄 때도 있다.


화진산업 이현철 대표도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았던 두달여를 여전히 잊지 못한다. 당시 삼성전자 전문가들은 마스크 귀걸이 끈을 붙이는 작업에서 불량률이 50%에 달하는 점을 보고 설비 내부 부품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했다. 전문가의 눈썰미가 아니면 알기 힘든 일이었다.

생산 속도에 맞추려면 포장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설비당 투입인력을 늘리도록 조정하고 마스크를 찍어내는 금형을 포함해 통상 한달 이상 걸리는 부품을 사나흘만에 제작해 공급한 것도 적기생산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삼성만의 노하우…반도체 경쟁사서도 탐내
1995년 3월9일 삼성전자 경북 구미 사업장에서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직원들이 불량 휴대폰·팩스·전화기 등을 태우고 있다. 이날 화형식 이후 삼성전자 무선전화기 불량률이 크게 감소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1995년 3월9일 삼성전자 경북 구미 사업장에서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직원들이 불량 휴대폰·팩스·전화기 등을 태우고 있다. 이날 화형식 이후 삼성전자 무선전화기 불량률이 크게 감소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업계에서는 이런 노하우가 가전·휴대폰·반도체 등 다양한 부문에서 오랜기간 쌓아온 삼성만의 기술력이라고 본다. 특히 24시간 쉼없이 돌아가는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 노하우가 삼성전자 특유의 제조 노하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원재료를 투입해 완제품을 생산하기까지는 한 달 반 가량이 걸리는 특성상 설비를 어떻게 배치하고 물류를 어떤 동선으로 옮길지, 작업당 적정인력과 교체부품·원료 재고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생산성으로 직결된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이 똑같은 설비를 운용해도 생산성과 수율, 수익성에서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게 이런 노하우 때문"이라며 "그래서 반도체업계에서는 설비를 어떤 동선으로 배치하느냐조차 영업기밀"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공정·품질 관리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애플도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큰소리를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삼성의 노하우를 탐낼 정도"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제조시간 단축과 함께 무결점 품질에 집착하기 시작한 데는 이른바 '애니콜 화형식'으로 알려진 변곡점도 있었다. 1994년 무선전화기 출시 후 통화품질에 문제가 발생하자 이건희 회장이 경북 구미공장 운동장에 무선전화기 15만대 등을 모아놓고 불태운 사건이다. 시가 500억원어치의 제품이 잿더미로 사라진 뒤 삼성전자의 혹독한 품질 경영은 '애니콜·갤럭시 신화'로 이어졌다.

이재용 상생철학, 코로나 맞물려 성과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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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충남 천안의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생산업체 젠바디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전문가 19명을 급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연일 17만명에 달하면서 자가진단키트 공급 문제가 불거지자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설비당 작업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30% 끌어올리고 재고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생산라인을 재배치해 물류관리를 효율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다른 자가진단키트 생산업체 수젠텍에도 전문가를 파견해 물류·설비·공정 등에 대한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제조혁신을 이룬 중소·중견기업은 2819개사에 달한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사업보국 철학에서 출발해 이건희 회장의 품질경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생·동행경영으로 이어진 삼성의 철학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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