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에 '화웨이 죽이기'식 전방위 제재…EU·英도 동참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2.02.2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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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영국·캐나다 등 대러 제재안 발표

서방국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러시아의 행동에 책임을 묻는 조처를 속속 꺼내놓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 개시 9시간 만에 수도 키예프까지 진군하면서 우크라이나 점령을 본격화하자, 각국이 러시아의 돈줄을 죄는 강력한 경제 제재를 잇달아 발표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


바이든의 대러 추가제재 패키지…SWIFT 제재는 빠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첨단기술 수출 통제 등 추가 경제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어진 모든 외교적 기회와 노력을 거부했다면서 "이제 그와 그의 나라가 이 결과를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미국은 중국 기업 화웨이를 고사 직전으로 내몰았던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러시아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밖에서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어도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됐을 경우 수출을 금지하는 조처다. 제재 기술 대상에는 반도체, 통신, 레이저, 항법 등 첨단기술 대부분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달러·유로·파운드·엔화 거래 제한 △러시아 군대 자금조달 차단한 능력 차단 △1조달러(약 120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VTB 등 러시아 은행 자금 동결 등이 제제안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장 강력한 제재로 꼽히는 국제금융결제망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SWIFT는 각국 금융기관이 8자리 또는 11자리의 코드를 이용해 국제금융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 세계 주요 은행과 금융회사 1만1000여 곳이 이용 중이다. 이 시스템 접속이 차단되면 사실상 국제금융거래망에서 퇴출당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SWIFT 퇴출을 현시점에서 유럽 국가들이 원하지 않고 있다며 "항상 선택 가능한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개인 제재도 이번 제제안에서 빠졌지만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며 검토 중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위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푸틴은 멈춰라'는 문구를 들고 있다./사진=AFP2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위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푸틴은 멈춰라'는 문구를 들고 있다./사진=AFP
EU "가장 혹독한 제재 패키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도 금융, 에너지, 운송부문 및 수출 등을 겨냥한 대러 제재에 합의했다. EU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진행한 후 성명을 통해 "이번 제재는 금융, 에너지, 운송부문과 수출 통제 및 수출 자금조달, 비자 정책을 포함하며 러시아 개인들도 추가로 제재 명단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핵심 기술과 시장에 대한 접근을 차단해 러시아 경제와 산업을 약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유럽에 있는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가 유럽 금융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새로운 제재가 러시아에 "크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정당하지 않은 군사적 침략에 대한 대응"이라고 전했다. 조셉 보렐 EU 외교정책 대표는 "우리가 지금까지 시행한 것 중 가장 혹독한 제재 패키지"라고 했다.



더불어 EU 정상들은 "러시아의 전례 없는 우크라이나 군사 공격을 강력 규탄한다"며 "즉각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모든 병력과 군사 장비를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 영토 전역에서 철수시키라"고 요구했다.

영국·캐나다도 수출통제 등 대러 제재 동참
영국도 러시아 은행과 기업, 푸틴 대통령 측근 등을 대상으로 추가 제재에 나섰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주요 7개국(G7) 화상 회담 후 △러시아 기업의 자본시장접근 금지 △VTB를 비롯한 주요 러시아 은행에 대한 자산 동결 △러시아 국민이 영국 은행 계좌에 보유할 수 있는 예금 제한 법안 도입 △러시아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 금지 등의 제재안을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러시아 은행들의 파운드화 시장 접근을 차단할 것이라며 "이는 영국 금융 시스템에서 러시아 은행들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뜻"이라며 "러시아 무역거래의 절반이 달러화와 파운드화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협조한 벨라루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또 러시아 국적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 소속 항공기의 영국 착륙도 금지된다. 영국의 민간항공 관리국(CAA)은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아에로플로트의 영국행 항공기 운항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랜트 샤프스 교통부 장관은 예정된 러시아 항공사의 영국 영공 진입을 모두 금지하는 제재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캐나다도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를 결정했다. 러시아 주요 은행과 62개 개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대러 제재를 발표하면서, 항공우주·정보기술(IT)·광업 분야에서 5억5000만달러(약 6600억원)에 달하는 물품의 수출 허가가 전면 취소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무모한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이 부당한 침략에 계속 자금을 댈 수 잇는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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