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적금 대란'...1~2%대 짠금리에 지쳐 터졌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2.02.23 16:01
글자크기
5대 은행 정기적금 잔액/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5대 은행 정기적금 잔액/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청년희망적금, 새마을금고 특판 등에 '오픈런'(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달려가는 것)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에 1년간 적금을 들어도 최대 기본금리가 2.4% 수준이라 고금리에 대한 갈증으로 해석된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적금 금리가 더디게 오르면서 금리 갈증이 커지고 있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서 1년짜리 정액적립식 적금의 기본금리는 1.1~2.4%로 나타났다. 우대금리를 더한 최대 금리는 1.7~5.5%였다. 최고 연 5.5% 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은 최대 가입한도가 20만원에 그친다.



가입기간이 1년인 자유적립식 적금 상품을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5대 은행의 기본금리가 1.1~2.4%,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대금리는 1.6~4.4% 수준이다. 최고 연 4.4%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의 경우 최대 납입 금액이 50만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청년희망적금은 기본금리가 5%고 은행에 따라 최고 연 6% 금리를 제공하는데 정부의 저축장려금과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적용하면 실제 금리가 최고 연 10.49%로 뛴다. 매월 최대 납입액이 50만원이지만 실제 이자율을 감안하면 혜택이 쏠쏠하다.



은행권 적금 상품은 그나마 기준금리 인상으로 제로금리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여전히 1%대 금리가 존재하는 등 금리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또 기준금리 인상이 지난해 8월과 11월에 이어 지난 1월까지 세 차례 단행됐지만 적금 금리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감안해 예·적금 금리를 상향 조정하긴 했지만 최대 인상률을 극소수 상품에만 적용한 결과다. 대형은행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만 보더라도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직후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렸지만 최대 인상률이 적용된 상품은 한 가지에 불과했다.

그러다보니 은행 적금은 새해라는 특수가 무색하게 고객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적금 잔액은 34조5492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5515억원가량 줄었다. 과거에는 새해 들어 적금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부쩍 늘었지만 '새해=저금'은 옛말이 됐다. 적금 잔액은 1년 전과 비교해서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월엔 40조6488억원으로 현재보다 6조 이상 많았다.


요구불예금이나 정기예금에 '집 나간' 돈이 돌아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가 보이지 않을 때 통장에 잠깐 돈을 맡겨두긴 하지만 금리를 기대하고 적금 통장을 여러 개 개설하는 고객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이 예상보다 더 많은 청년들의 관심을 받는 건 그동안 고금리 상품을 좀처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2030세대는 '똑똑한 소비자' 기질이 강해 요건이 된다면 고금리 기회를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