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티콘 줄게" 오픈채팅방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80만원 결제 '깜짝'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2.0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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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독자 제공/사진=독자 제공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 A씨(24)는 지난 7일 오후 4시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피싱 사기'를 당했다. 자신의 영업 실적을 채워주면 기프티콘을 주겠다는 B씨에게 속아서다. B씨는 "상품권 등을 구매해서 보내주면 모든 비용을 돌려주고 기프티콘과 함께 30만~50만원을 주겠다"고 속이고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계좌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A씨는 B씨의 말을 믿고 카페 기프티콘, 게임 아이템 등을 대신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휴대폰 결제를 사용하라", "상품권 사용 승인과 관련해 전화가 오면 사기, 현금화, 대리결제가 아니라고 대답하라", "요구 사항을 다 들어주지 않으면 휴대전화를 정지시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B씨의 말대로 3시간을 들여 상품권과 기프티콘 등을 구매했지만 돌아온 것은 없었다. B씨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지 않았다며 "핸드폰을 정지시켜 놨고 비용을 모두 청구하겠다"며 욕설을 내뱉었다. A씨에게 남은 것은 수십만원의 결제 문자와 정지된 휴대전화였다.

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을 미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피싱 사기가 벌어지고 있다. 주로 기관을 사칭하거나 대환 대출을 유도하는 보이스피싱과 다르게 다양한 유형으로 일어나 젊은층도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메신저 피싱의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통해서 이뤄지는만큼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김다나 디자인기자/사진=김다나 디자인기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메신저피싱 피해 건수는 총 3만 8112건, 피해금액은 1397억원이었다. 메신저 피싱 발생 건수는 2018년 9607건→2019년 8306건→2020년 8921건→2021년 상반기 1만 1278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전체 메신저피싱 가운데 상당수는 카카오톡을 통해서 발생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카카오톡을 통해 발생한 피싱 건수는 2만 1768건으로 같은 기간 전체 메신저 피싱의 81.1% 수준이었다. 피해 금액은 719억원으로 전체의 77.2%에 달했다. 특히 2019년에는 전체 메신저 피싱의 90.2%가 카카오톡에서 이뤄졌다.

메신저 피싱은 보이스피싱과 달리 피의자를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고 피해 금액도 소액인 편이다. 김태연 변호사(김태연법률사무소)는 "메신저 피싱은 일반적으로 링크를 클릭해서 금원을 편취하는 형태로 피해 금액이 소액이고 피해자가 많은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소통하는 시간이 비교적 짧고 직접 만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 보이스피싱과 다르다"고 밝혔다.


피해 금액이 소액인 탓에 신고를 꺼리는 피해자들도 나온다. 이달 메신저피싱으로 80만원 가량의 피해를 입은 A씨도 "부모님이 소액결제를 했다고만 아시고 사기까지 당한 건 모른다"며 "개인정보가 유출돼 휴대전화도 정지 당한 상태지만 가족들이 알까봐 걱정돼 눈치를 보느라 경찰에 신고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은 입금계좌가 확인되거나 현금 수거책이 폐쇄회로(CC)TV에 찍히면 수거책은 검거되지만 기술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메신저 피싱은 피의자 검거가 쉽지 않다"며 "그러다보니 피해 금액이 소액인 경우에는 신고를 안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탈취당하면 추가 피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피싱 범죄를 통해 개인정보를 탈취한 사기범이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에 휴대전화를 개통해 피해자 계좌의 잔액을 편취하거나 거액의 대출을 받고, 오픈뱅킹을 악용해 다른 금융회사의 계좌를 털어가는 수법도 증가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경우에는 또다른 피싱이나 소액결제 등에 악용될 수 있다"며 "범죄 피해를 입었다면 추가 피해 예방과 수사기관의 피의자 검거를 위해서 꼭 신고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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