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삼성전자,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되길

머니투데이 김승욱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2022.02.0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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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욱 중앙대 교수김승욱 중앙대 교수


지난해 15차례에 걸쳐 임금교섭을 진행한 삼성전자 노조가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사측이 노사협의회와 협상해 제시한 7.5%의 임금인상안을 노조는 90.7% 반대로 부결했다. 노조는 전 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인상 및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과 자사주 1인당 107만원 지급, 코로나19 격려금 1인당 350만원 지급, 휴식권 보장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노위는 10일의 조정기간 후 조정안을 제시하는데 노사 한 쪽이 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이 중지되고 노조는 파업권을 갖게 된다. 그러면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데 파업이 결의되면 삼성전자 1969년 창사 이후 53년 만에 첫 파업이 된다.

그동안 노조단체들은 틈만 나면 삼성그룹이 헌법에 명시된 노동기본권을 외면한다며 무노조경영을 공격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 5월 대국민사과에서 무노조경영 폐기를 선언하며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번 삼성전자의 파업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매년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500만명 넘는 주주의 반발이 심하다. 노조의 요구대로 성과급을 지급한다면 지난해 영업이익 51조6339억원 중 13조원가량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짓기로 한 반도체공장 투자 20조원에 버금가는 막대한 금액이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에서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그리고 무역충돌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곳에 사용돼야 할 영업이익을 이미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근로자들이 더 나눠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멸하는 것이라는 주주들이 항변은 합당하다.

나아가 무노조경영이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무노조경영을 비판하는 측은 노조가 있어야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포천(Fortune)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2021년)에 애플(1위) 아마존(2위) 스타벅스(3위) 버크셔해서웨이(4위) 구글 알파벳(7위) 페이스북(9위) 마이크로소프트(10위) 무려 7개 무노조경영 기업이 10위에 들어 있다. 애플은 1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무노조 기업들이 이렇게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선정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은 노조가 아니라 그 기업의 생산성과 평판이기 때문이다. 노동3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임금을 향상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초우량기업들은 노조 없이도 이미 이러한 것을 다 충족했다.



한국을 대표하며 세계 초우량기업들과 경쟁하는 삼성전자가 무노조경영을 포기하고 어떻게 건전한 노사문화를 이룩해 리딩기업으로 험난한 미래를 헤쳐나갈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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