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플랫폼 기업과 로컬 브랜드의 친화성

머니투데이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2022.01.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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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플랫폼 기업과 로컬 브랜드의 친화성


흔히 플랫폼과 로컬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지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인터넷 공간에서 확장하는 플랫폼 기업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컬 브랜드의 영역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한다. 과연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처럼 로컬 브랜드를 위축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될 것일까?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로컬 브랜드가 플랫폼을 통해 사업 영역을 지역에서 전국, 그리고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와 연세대 연구진이 공동 발간한 '로컬 브랜드 리뷰 2022'를 보면 플랫폼과 로컬의 친화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리뷰에 등재된 112개 로컬 브랜드 중 89개가 국내 플랫폼 기업의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로컬 브랜드가 플랫폼을 통해 전국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부산의 한 커피 기업이 단일 매장을 운영하면서 커피 전문가가 가장 높게 평가한 커피 브랜드로 성장한 것도 플랫폼의 힘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로컬 브랜드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플랫폼 기업이 네이버다. 자체 온라인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운 소상공인 브랜드들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다. 네이버의 사업 모델 자체가 기업과 개인을 위한 IT 솔루션, 온라인 비즈니스, 광고 플랫폼이다.

최근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플랫폼 시장은 바로 하이퍼로컬 서비스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MZ세대의 부상 등 사회문화적 변화로 인해 우리가 사는 동네가 삶의 중심지로 주목받는다. 동네 중심 라이프스타일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국내외 많은 플랫폼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부상한 동네 경제, 동네 가게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하이퍼로컬 비즈니스에 진입하는 이유다.



네이버, 당근마켓 등 국내 플랫폼 기업도 지역 시장과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하이퍼로컬 서비스로 소상공인 비즈니스를 지원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서비스가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다. 스마트플레이스는 이용자가 식당, 미용실 등 오프라인 가게의 정보를 쉽게 검색하고 오프라인 소상공인이 네이버 서비스를 통해 노출되는 업체 정보를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무료 플랫폼이다.

소상공인 기업은 스마트플레이스를 통해 소식, 메뉴, 사진, 주소 등 상세 정보를 제공해 이용자와의 디지털 연결을 강화할 수 있으며, 스마트콜(AI(인공지능)콜 출시 예정), 톡톡(고객 채팅), 예약, 스마트 주문 등 매장을 운영하는데 도움을 주는 스마트 도구를 쓸 수 있다. 2020년 11월 기준 네이버 지도 등 지역 정보 서비스에 등록된 전체 업체 수는 310만 개이고, 스마트플레이스 운영 업체 수는 약 180만 개다.

네이버 '스마트어라운드'는 AI가 사용자의 위치에 맞춰 맛집, 카페, 쇼핑 점포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검색하는 시점에 맞춰 실시간으로 주변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강점이다. 스마트어라운드는 30·40대의 이용 비율이 특히 높고, 평일보다는 주말의 이용률이 높다. 주말에 낯선 지역을 탐색하는 목적으로 스마트어라운드를 사용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네이버 카페도 하이퍼로컬 모델로 재편된다. 지난해 4월 시·군·구 단위로 제공되던 네이버 카페 서비스에 동 단위로 세분화한 '이웃톡' 서비스를 추가했다. 네이버 카페에서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과 근처의 맛집 정보도 공유하고, '중고거래' 서비스에서는 당근마켓처럼 인근 지역의 중고물품을 사고 판다.

이렇듯 온라인에서 시작된 플랫폼은 오프라인 소상공인, 로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만 플랫폼의 하이퍼로컬 비즈니스의 장기적인 단점은 공급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다. 로컬 브랜드가 많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퍼로컬 비즈니스의 공급망인 인풋을 제공하는 로컬 브랜드가 많아져야 이를 연결하는 하이퍼로컬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관점에서 하이퍼로컬 비즈니스의 장기적 제약 요인은 공급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로컬 브랜드가 증가하지만, 현재 수준의 공급이 충분한지는 다른 문제다.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국내외 시장의 수요를 만족하고 싶은 플랫폼 기업 입장에선 다른 지역이 복사할 수 없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로컬 브랜드가 더 많이 필요하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코로나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국내여행 수요를 만족하고 쇠락하는 지역경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성화하는 로컬 브랜드의 공급이 확대돼야 한다.

하이퍼로컬 비즈니스의 다음 과제는 로컬 브랜드의 발굴과 육성이다. 현재 수준의 로컬 브랜드 공급에 만족하지 말고 새로운 브랜드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 플랫폼 기업 스스로가 로컬 시장에서 성공하는 기업이 어떤 기업이며, 그런 기업을 배출하는 생태계는 어떤 생태계인지에 대한 이해를 통해 창업 단계에서 로컬 브랜드를 지원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로컬 브랜드 리뷰 2022' 발간을 계기로 더 많은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로컬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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