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 투자' 전용펀드 출범…테크 스타트업 초기투자 물꼬 틀까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2.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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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 투자' 전용펀드 출범…테크 스타트업 초기투자 물꼬 틀까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지분은 후속투자 유치 때 결정하는 'SAFE'(조건부지분인수계약) 투자전용 벤처투자펀드가 출범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활용도가 높은 SAFE 투자를 확산하기 위해 모태펀드가 300억원을 출자하면서다. 기업가치 산정이 까다로운 기술 기반 초기 스타트업들의 자금유치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AFE 전용펀드 운용사에 스파크랩·킹슬리벤처스 선정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300억원을 출자하는 '기술기업 첫걸음펀드'의 운용사로 스파크랩과 킹슬리벤처스 2개 액셀러레이터를 선정했다. 첫걸음펀드는 모태펀드가 최대 99%를 출자하는 펀드로 결성액의 60% 이상을 투자유치 이력이 없는 초기 스타트업 중 기술보증기금의 추천을 받은 곳에 SAFE 방식으로 투자토록 한 펀드다.



SAFE는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에 먼저 투자금을 제공하고 후속투자 유치 때 기업가치를 산정해 지분을 결정하는 투자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먼저 받은 뒤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자 지분율을 결정할 수 있어 지분희석을 줄일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법적 절차와 협상 등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실리콘밸리에서는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2020년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촉진법) 개정으로 SAFE 투자를 도입했지만 활성화하지는 않았다. 스파크랩 등 일부 발 빠른 액셀러레이터들과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기관만 일부 SAFE 투자를 진행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SAFE 투자 관련 공식 통계는 없지만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투자방식이 생소한 데다 아직 국내 엔젤·초기투자자들 사이엔 보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는 선배 창업가들이 기대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엔젤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SAFE 투자가 활성화할 수 있었다"며 "국내에선 아직 이런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일반적 투자보다 지분확보가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어 주저하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용펀드로 SAFE 투자 확산…스타트업 자금조달 도움될 것"
업계는 첫걸음펀드 출범이 SAFE 투자의 본격적인 확산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첫걸음펀드 운용사로 지정된 스파크랩의 김유진 대표는 "표준이 될 만한 계약이 없어 SAFE 투자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첫걸음펀드의 투자가 표준으로 자리잡으면 SAFE 투자확산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도 "액셀러레이터가 관심이 있어도 다른 펀드출자자들의 반대로 새로운 계약방식을 시도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모태펀드가 나서서 SAFE 투자를 확산하려는 게 이번 출자의 목표"라고 전했다. 실제 첫걸음펀드 출자사업에 접수한 액셀러레이터는 17곳으로 업계의 관심이 반영됐다.


스타트업업계는 SAFE 투자 활성화로 기술 스타트업의 초기자금 확보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통상 SAFE 투자는 매출이 나오지 않아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에 효용이 더 커서다. 이정훈 킹슬리벤처스 대표는 "첫걸음펀드는 모태펀드 출자 취지에 맞춰 R&D(연구·개발) 기간이 긴 기술스타트업에 주로 투자될 것"이라며 "기술스타트업들이 자금조달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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