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임박...건설株 ESG 중요성 더 커진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2.01.25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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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2022.1.12/뉴스1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2022.1.12/뉴스1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 벌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붕괴 사고는 ESG 중 특히 사회(S) 영역의 중요성을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ESG 평가 추가 하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오는 27일 시행된다. 중대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에서 안전조치가 미리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면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노동자 수 대비 사고율이 높은 업종이 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 조선, 기계 등 산업재와 정유, 철강 등 소재 업종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업종은 건설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붕괴 사고로 업계 전반에 경각심이 퍼진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일인 27일부터 설 연휴가 끝나는 2월 초까지 현장 작업을 중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건설업 주가도 일제히 부진에 빠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이후 8거래일 연속 하락한 끝에 이날 처음 1% 반등했다. 이 기간 하락률은 40%를 넘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속한 건설업 지수 역시 12% 빠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임박...건설株 ESG 중요성 더 커진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영업정지나 건설업 등록말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중대재해의 발생 원인이 부실시공일 경우 최대 1년간 영업이 정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도 가장 신경 쓰이는 대목 중 하나다.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예산을 배정하면서 생겨나는 일반관리비는 매년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판관비 상승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현장별 안전관리비는 발주처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는 예정원가와 예상 마진에 안전관리비용을 포함해 입찰가를 산정하고 발주처도 이를 감안해 시공사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임 연구원은 "수주한 공사비에서 시공사 부담으로 산업안전관리비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사 마진 훼손 가능성은 낮다"며 "기존 수주 현장이 아닐 경우 자재비 또한 입찰 가격에 전가할 수 있어 관련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은 주요 ESG 평가사의 컨트로버시(Controversy) 점수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SG 컨트로버시는 ESG 이슈와 관련해 장기적으로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사고를 의미한다.

ESG 평가사 서스틴베스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의 ESG 컨트로버시에 심각성 '상'을 부여했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이후 불과 7개월 만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번 사건으로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됐을 뿐 아니라 당국 리스크에도 노출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됐다"며 "재무적 손실에 더해 현대산업개발의 장기적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ESG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컨트로버시 부문에서 가장 낮은 0점이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2015년 9월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컨트로버시 점수 0점이 부여되면서 2020년 말까지 ESG 펀드에 편입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임지우 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1년 내 유사한 사건이 재차 발생한 것인 만큼 컨트로버시 점수가 0점이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며 "MSCI 주요 ESG 지수는 컨트로버시 점수가 0점일 경우 예외 없이 배제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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