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 '탄소중립·일자리 보호' 두 마리 토끼 잡는 獨

머니투데이 프랑크푸르트(독일)=이강준 기자 2022.01.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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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 독일편①

편집자주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기 위한 에너지대전환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청정 에너지가 구현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제 전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와 탄소중립 이슈를 주도해온 머니투데이는 2022년 새해를 맞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중동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현장을 돌아보는 '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독일은 자동차와 생태계를 동시에 생각하는 뿌리 깊은 문화가 자리잡은 나라"(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

독일의 전기차에 대한 감정은 양가적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반드시 도입시켜야하는 차(車)이면서도 1886년 칼 벤츠의 첫 내연기관차 발명 이래 탄탄하게 형성된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차기 때문이다.



전기차로 '탄소중립·일자리 보호' 두 마리 토끼 잡는 獨


독일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포함) 숫자는 유례없을 정도로 급증했다. 21일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에 따르면 2016년 2만5000대 수준이었던 독일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68만1410대로 약 27.1배 늘었다. 이미 유럽에서는 가장 많은 전기차가 팔리는 나라가 됐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휩쓴 지난해에도 독일 브랜드의 성장세는 모두 주춤한 반면, '전기차' 중심 수입 브랜드는 급성장했다. 독일의 작년 승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262만대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다. 폭스바겐은 6.8%, 메르세데스-벤츠는 25.7%가 줄었지만, 폴스타는 153.2%, 테슬라는 137.9%로 폭증했다.



"탄소중립·전기차 일자리 모두 지켜라"…獨의 특명
(베를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 관저에서 올라프 숄츠 새 총리에게 총리직을 이양한 뒤 퇴임 연설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베를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 관저에서 올라프 숄츠 새 총리에게 총리직을 이양한 뒤 퇴임 연설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독일의 전기차 정책은 시작은 '탄소중립'이었지만 끝은 항상 '일자리'였다. 정부가 전기차 도입을 본격적으로 지원한건 2010년 5월 '국가 전기 모빌리티 계획(Nationale Plattform Elektromobilitat)'이 출범하면서다.

회의 구성원은 각 분야 대표로 자동차 산업계 10명, 정부·의회 6명, 학계 3명, 관련 단체 3명, 노조 1명으로 구성됐을 정도로 독일은 산업계 목소리에 경청했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20년까지 △100만대 전기차 도입 △독일이 전기차 산업 리더가 될 것 △3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목표로 설정했을 정도다.


전기차로 '탄소중립·일자리 보호' 두 마리 토끼 잡는 獨
효과적인 전기차 도입과 자동차 기업 수익 보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자 현재의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제도가 생겼다. 2020년부터 한국에 도입된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제도도 독일 사례를 참고한 정책이다.

순수 배터리전기차는 차 값이 4만유로(약 5450만원) 이하에서는 최대 9000유로(약 1230만원)를 지원받을 수 있고 6만5000유로(약 8850만원)보다 비쌀 경우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PHEV는 4만유로 이하 가격대에서는 6750유로(약 920만원)를 받을 수 있다.

2025년까지 이 정책이 유지될 예정이며, 2023년부터는 기후보호에 입증된 차량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2023년 8월 1일부터는 전기로만 최소 80㎞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만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다.

독일 정부가 국내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내연기관차에 배터리를 결합한 PHEV에서 전기차 중심 판매로 넘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전기차 완전 도입까지 자동차 산업에 시간을 벌어주고자한 의도도 있었다.

전기차 도입에 일자리 위협 받는 獨 자동차 인력들…정부, 체질개선 위해 10억 유로 펀드 조성
(슈투트가르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내려진 봉쇄령이 해제되며 생산이 재개된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포르셰 공장에서 종업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슈투트가르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내려진 봉쇄령이 해제되며 생산이 재개된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포르셰 공장에서 종업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그러나 탄소중립을 향한 독일 정부의 의지와 별개로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 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필요한 부품 수가 현저히 적고, 구조가 단순해 고장도 잘 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이 꾸준히 키우고 고용했던 엔진 관련 전문 인력은 불필요해진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유럽 직간접적 자동차 관련 고용만 1460만개에 달한다. 그 중 차를 조립하는 직접고용 일자리는 독일의 경우 88만2000개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이미 구조조정을 실시한 기업도 있다. 독일 자동차 부품 기업 보쉬는 2019년 10월에 오는 2022년까지 약 5200명의 일자리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자사 디젤 관련 직원의 10분의1을 해고하겠다는 것.

BMW그룹, 독일 뮌헨공장의 모습BMW그룹, 독일 뮌헨공장의 모습
타이어·브레이크 등 자동차 부품 전문 그룹 독일 콘티넨탈도 2020년말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일자리 증발'을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규제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콘티넨탈은 전기차 전환이 독일서만 1만3000개, 회사 전체로는 3만개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비판에 독일 정부는 지난해 자동차 업계의 중장기적 '친환경 체질 변화'를 위해 10억 유로(약 1조3620억원) 규모의 '미래 펀드(Zukunftsfonds)'를 조성키로 했다. 펀드의 지원을 받으면 자동차 업계는 2026년까지 약 30억 유로(약 4조859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신임 독일 총리로 당선된 당시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미래 펀드에 대해 "우리(정부)의 목표는 독일 자동차 산업이 기후 친화적 차량을 만들고, 새 일자리를 창출하며, 그 가치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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