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린수소? 풍력발전기에 코드만 꽂으면 펑펑 쏟아져요"

머니투데이 낭트(프랑스)=민동훈 기자 2022.01.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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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 프랑스편①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 공장 가보니

편집자주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기 위한 에너지대전환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청정 에너지가 구현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제 전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와 탄소중립 이슈를 주도해온 머니투데이는 2022년 새해를 맞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중동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현장을 돌아보는 '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프랑스 부앵(Bouin)에 위치한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로 가는 길에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서 있다./사진=낭트(프랑스)=민동훈프랑스 부앵(Bouin)에 위치한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로 가는 길에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서 있다./사진=낭트(프랑스)=민동훈


지난해 12월2일, 겨울비가 흩날리는 프랑스 낭트. 시내에서 벗어나 남서쪽으로 1시간여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한적한 시골마을 부앵(Bouin)에 접어든다. 굴이 특산품이라는 부앵의 대서양 해안가에 줄지어 선 풍력발전기들을 따라 조금 더 달리면 길가에 자리한 3층짜리 작은 잿빛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겉으로 봐선 창고처럼 생긴 이 건물이 프랑스의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의 그린수소 생산공장이다. 수전해 설비와 그린수소 저장시설, 관리사무실 등으로 이뤄졌다.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 수소로서 주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만든다.



프랑스 부앵(Bouin)에 위치한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의 외부 전경./사진=낭트(프랑스)=민동훈프랑스 부앵(Bouin)에 위치한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의 외부 전경./사진=낭트(프랑스)=민동훈
라이프의 그린수소 공장은 2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벤디 에너지(Vendee Energie)'의 3MW(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3대와 직접 연결해 하루 300kg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 세계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일 생산량을 갖춘 그린수소 시설은 찾기 어렵다. 제주도에도 풍력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하는 3MW급 그린수소 생산설비가 있지만, 아직 소량의 그린수소를 시험삼아 생산하는 수준에 그친다.

라이프는 빠르면 2022년 내 일평균 1톤의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이프 부앵 공장에서 만난 디디에 리샤드 라이프 개발책임자는 "오로지 그린수소의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라며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는 2017년 종업원 10명 정도로 출발했다. 지금은 65명이 조금 넘는데, 올해 연말까지 인원을 2배 늘릴 계획이다.
[르포]"그린수소? 풍력발전기에 코드만 꽂으면 펑펑 쏟아져요"
이 회사가 자랑할 건 단순히 그린수소 생산량만이 아니다. 미국 플러그 파워와 제휴해 개발한 고분자전해질(PEM) 방식의 수전해 설비를 출력이 일정치 않은 풍력발전기에 직접 연결해 그린수소를 뽑아내는 게 라이프의 핵심 기술이다. 설비크기도 제어시설을 포함해 학교 교실 4개 정도의 규모에 불과해 재생에너지 설비가 갖춰진 곳이라면 어디든 설치가 가능하다. 조달 비용이 꽤나 비싼 송전망을 거치는 것에 비해 전기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프랑스 북서부 해안 라 크루아식에 조성한 세계 최초 해상 그린수소 생산공장이 바로 라이프의 기술력이 응집된 프로젝트다. 해안에서 20km 떨어진 대서양 해상에 위치한 신재생에너지 실험장 'SEM-REV'는 수전해설비를 2MW 용량의 부유식 해상풍력에 바로 연결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에너지 섬이다. 2024년까지 그린수소 생산공장을 10MW 규모로 확대하고 이후 수백 MW 규모의 다양한 탄소중립 전력과 연결할 계획이다. 리샤드 개발책임자는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는 에너지로 활용하고 산소는 다시 바다로 용해시킨다는 개념을 적용했다"면서 "단순한 친환경을 넘어 망가진 환경을 회복시키는 생태학적 수소생산 비전"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해상풍력과 수소생산을 연계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수소는 전력 생산과정에서 순수한 물만 부산물로 생산하는 청정에너지다. 하지만 모든 수소 생산 방식이 청정한 것은 아니다. LNG(액화천연가스)에서 추출해 생산(개질)하는 '추출 수소'의 경우 현재 가장 저렴한 수소생산 방식이지만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 발생이 불가피하다. 추출수소를 '그레이수소'라고 부르는 이유다.
프랑스 부앵(Bouin)에 위치한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의 디디에 리샤드 개발책임자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낭트(프랑스)=민동훈프랑스 부앵(Bouin)에 위치한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의 디디에 리샤드 개발책임자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낭트(프랑스)=민동훈
프랑스 수소협회에 따르면 2030년까지 프랑스의 연간 수소 소비량은 68만~109만톤으로 전망된다. 이중 60%를 그린수소로 채우겠다는 것이 프랑스의 계획이다. 프랑스판 에너지전환 로드맵인 다개년에너지계획(PPE)에 따라 프랑스는 2023년까지 산업용 수소의 10%를 탈탄소화해야 한다. 친환경 그린수소를 최소 연간 9만톤을 생산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는 수소를 매년 100만톤 가까이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이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1000만톤에 달한다. 이는 프랑스 전체 배출량의 2~3%다. 그린수소가 프랑스 수소정책의 핵심과제가 된 배경이다.

이는 프랑스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수소경제를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세계 에너지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수소의 96%는 화석 연료에서 추출하는 그레이수소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그린수소' 생산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 현재 그린수소 생산단가는 그레이수소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기술의 진보와 함께 경제성도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실제로 풍력·태양에너지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싼 전력에너지원이다. 전통에너지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의 균등발전원가(LCOE)가 같아지는 시점을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라고 한다. 덴마크 재생에너지 기업 오스테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기준으로 3분의 2 지역에서 이미 그리드 패리티가 발생했다. 프랑스 정부도 그린수소 생산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 계획을 밝혔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와 그레이 수소의 비용 차이를 정부가 메울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EU에 제출한 상태다. 아울러 수소경제 분야에 향후 10년간 91억유로 규모의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리샤드 개발책임자는 "라이프의 수많은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생산비용 감축"이라며 "앞으로 5∼10년 내 전기 사용료와 그린수소 생산 비용이 비슷해 질 것으로 보는데, 우리는 1kg당 2유로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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