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조롱' 여고생 위문 편지…남혐·여혐 갈등으로 번졌다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2.01.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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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위문편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논란이 된 위문편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군인을 조롱하는 내용의 위문 편지가 인터넷에 공개되며 불거진 논란이 성별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과거 여고생들이 위문 편지에 콘돔을 동봉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남고생의 조롱 편지는 왜 문제가 안 되냐는 식의 글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OO여고 여사친(여자사람친구)이 콘돔 사건 알려줬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이래놓고 군인이 보냈다고 선동한 거냐"라며 모바일 메신저 대화 화면을 첨부했다.

대화를 보면 A씨 친구는 "콘돔 보냈다는 거 여자애들이 보낸거야"라고 말한다. 이에 A씨가 "군인들이 보낸 것이 아니고"라고 묻자 친구는 "나 고1때 성교육 시간에 받은 콘돔 장난이랍시고 (편지) 안에 넣어두고 모두 낄낄대며 웃었다. 졸업생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답한다.



이에 A씨는 "그냥 군인들 성희롱할 생각밖에 없었네"라며 "진짜 소름 끼친다"고 어이없어 한다.

해당 대화는 위문 편지가 논란이 되자 일부 래디컬 페미니즘 성향의 누리꾼이 "위문 편지 보냈다가 스토킹 당했다", "군인이 보낸 답장에 콘돔이 있었다" 등의 근거 없는 내용을 퍼트린 것에 대한 반박 글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화의 진위도 확인되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위문편지에 보낸 사람의 개인 정보가 없는 점을 들어 군인이 스토킹을 하고 답장을 했다는 주장보다 여고생이 콘돔을 보냈다는 말이 더 현실적이라면서도 모두 조작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주작은 주작으로 잠재워야지", "군인들이 콘돔 보냈다는 거는 '주장'만 있고 아무 증거도 없음", "눈에는 눈" 등 의견을 남겼다.

같은 날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똑같은 조롱조의 위문 편지를 써도 여고생만 비난 받는다는 글도 올라왔다. '남고생은 똑같이 써도 그냥 넘어감'이란 제목의 글이다.

글쓴이 B씨는 "남초(남성 중심) 사이트 댓글 보면 남고생 위문 편지는 전부 게임 롤(리그오브레전드) 티어(등급)에 대해 묻는 등 이번에 논란이 된 편지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데 왜 여고생만 이슈야"라며 한 커뮤니티 댓글을 갈무리해 첨부했다.

첨부된 사진 속 댓글에는 "남고생들 위문 편지도 받아봤는데 저거랑 뭐 크게 다르지 않더라. 롤 티어는 왜 그렇게 많이 묻는지"라고 적혀 있다.

해당 글에는 "여자들 성폭행, 성희롱 사건은 넘어가면서 고작 편지 좀 잘못 쓴 거로 (남자들이) 일어나다니 참 대단하다", "진짜 범죄 사건에는 관심 하나도 없고 미성년자 상대로 신상 터냐", "역시 '여자'가 쓴 건 못 넘어가는 여혐(여성혐오)민국", "그냥 여자 욕하고 싶었던 게 팩트" 등 B씨 글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달렸다.

일부는 "이것은 페미니스들이 주도하는 남혐(남성혐오)일 뿐. 추운 겨울, 더운 여름 사회에도 못 나가고 감옥 같은 생활반에 갇혀 고생하는 국군 장병 응원한다", "니네 남혐 좀 그만해 군인들이 뭘 잘못했다고"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논란이 된 위문편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논란이 된 위문편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성별 갈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12일 해당 게시판에는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 편지 금지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온 데 이어 여성 군 복무 의무화를 요구하는 '양성징병제에 대한 의견과 저번 청원에 대한 검토 결과를 요청한다'는 청원글도 게재됐다.

한편, 이번 논란은 지난 11일 인터넷에 여고생이 작성한 군 장병 위문 편지가 공개되며 시작됐다. 편지에는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마시고" 등 단순 조롱을 넘어 성희롱 표현까지 들어가 있었다. 해당 편지는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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