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의 후지산. / 사진=뉴스1
11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진·화산·해양과학 전문가들은 "활(活)화산인 후지산은 당장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며 "화산이 언제 어떤 규모와 형태로 분출할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약 300년 동안 분출이 없었기 때문에 내부에 강력한 힘이 응축돼 폭발 위험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지진이 일어나면 땅 밑에서 균열을 만들고, 갈라진 틈을 타고 마그마가 올라온다"면서 "지각이 누르는 압력보다 마그마가 상승하는 압력이 높으면 화산 폭발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일본이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이 맞닿아 있는 경계에 있기 때문에 지진이 빈번히 일어나고, 이에 따라 후지산 화산 분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일본은 판과 판이 서로 충돌해 한쪽이 다른 쪽 밑으로 들어가는 섭입 현상이 일어난 대표적 지역"이라면서 "이 현상은 가라앉는 판이 100~150㎞ 깊이에 도달할 때 맨틀 암석이 용융돼 마그마를 형성하면서 화산 폭발까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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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은 지난 1200년 동안 11번, 100년에 한 번꼴로 폭발했다. 직전 마지막 폭발은 300년 전인 1707년이다. 이 때문에 후지산이 폭발할 경우 내부에 응축된 힘이 대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기범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후지산은 기본적으로 크게 폭발 가능한 화산"이라면서 "화산은 나이가 들수록 마그마에 가스를 가둬두면서 끈적끈적한 점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내부에 강력한 힘이 축적돼 폭발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간의 시간 단위와 달리 지질학적 시간 단위는 100만년 수준"이라면서 "후지산이 당장 터질 가능성은 언제든 있지만, 지질학적 관점에선 1만년 안 터져도 무방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판과 판이 서로 충돌해 한쪽(우측)이 다른 쪽(왼쪽) 밑으로 들어가는 섭입 현상으로 지진과 마그마 작용으로 인한 화산 폭발이 촉진된다. / 사진제공=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국내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일본 화산 폭발 이후 화산재가 경상남도 합천 지역까지 날아온 경우도 있다. 화산재는 물에 젖으면 전기가 통하는 성질이 생겨 누전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권창우 지질자원연 박사는 "화산폭발지수를 0부터 8까지로 보는데, 8정도 수준의 슈퍼화산 폭발이 일어난다면 일본 열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기후 문제를 유발시킬 것"이라며 "과거 7정도 화산 폭발이 일어났을 때 화산재가 태양광을 막아 기온이 떨어지고 수많은 문제가 야기됐다"고 설명했다.
해양과학 전문가인 김성용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후지산 폭발이 일어나도 편서풍(서에서 동으로 부는 바람) 영향으로 우리나라 피해는 크지 않을 거라면서도 바람의 이동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후지산 화산이 폭발한다면 화산재의 많은 부분이 동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렇지만 난류 현상으로 우리나라도 피해 영향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후지산 화산 폭발이 편서풍이 주로 부는 겨울철이 아니고 여름에 일어날 경우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여름이 되면 바람은 주로 바다 쪽에서 육지 쪽으로, 일본 열도에서 한반도로 부는 패턴이 있어서 피해 영향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후지산(빨간색)이 폭발할 경우 도쿄와 요코하마시에 막심한 피해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후지산 폭발이 여름철 일어나면 바람의 영향으로 한국도 피해 영향권에 들어온다. / 사진=구글어스(Google Ea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