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멸공'에 신세계 7% 급락…'오너리스크' 현실로?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01.1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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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인터 4.98% 하락...오너 발언에 된서리 맞으며 中 사업전망 '먹구름'

(왼쪽)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오른쪽)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사진=신세계(왼쪽)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오른쪽)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사진=신세계


정용진 신세계 (173,800원 ▲800 +0.46%)그룹 부회장의 '멸공'(공산주의를 멸함) 주장이 외신에 보도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면서 신세계의 대중국 사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이마트는 지난 2017년 중국 사업을 전면 철수했지만 정유경 총괄사장이 대주주인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면세점과 화장품 사업을 펴고 있어 중국 사업 노출도가 큰 편이다.

10일 오전 11시31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신세계 주가는 전일대비 1만9000원(7.6%) 하락한 23만1000원에 거래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도 4.63% 내리며 13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작 정 부회장이 대주주인 이마트는 보합권 등락 중이다. 주가 하락에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주들은 "기업가의 정치적 발언은 오너 리스크"라며 "대기업 오너로서 기업 경영과 무관한 정치적 발언은 적절하지 않으며,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중단해달라"고 네이버 주식 게시판 등을 통해 호소하고 있다.



지난 5일 정용진 부회장은 "끝까지 살아남을테다. 멸공!!!"이라고 올린 글이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삭제 조치된 사실을 밝혔다. 이후 정 부회장은 "#멸공!, 난 공산주의가 싫다, #노빠꾸" 등의 게시글을 연달아 올렸다. 이후 인스타그램 측은 시스템 오류라고 해명했으며 해당 게시물은 복구됐지만 정 부회장은 멸공을 언급한 글을 계속해서 올렸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이미지/사진=신세계백화점 공식 홈페이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이미지/사진=신세계백화점 공식 홈페이지
2021년 기준 재계 서열 9위의 재벌 오너가 "공산주의가 싫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한 사실은 논란이 됐고 정치권에서 윤석열, 나경원 등이 '멸공'을 따라하면서 사회적 파장은 커졌다. 특히 정 부회장이 시진핑 주석 사진을 올린 것과 관련, 중국 공산당을 공개 비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정 부회장은 시 주석 사진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으로 교체한 뒤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며 자신의 멸공은 중국이 아닌 북한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콩의 유력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이를 보도하면서 정 부회장의 멸공 주장은 중국 현지에도 알려지게 됐다. 알리바바 소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국의 억만장자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멸공'(crush commies) 게시물이 삭제되자 분노했다"며 "한국의 대기업 재벌은 통상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데, 정용진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반공의 견해를 밝히고 있으며 이런 게시물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은 정치적인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경제조치를 통한 보복을 확실하게 단행해왔다. 지난 2016년 한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은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을 내렸고 K-뷰티 화장품 기업과 한국 면세점·대중 관광업계는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고 중국시장 내 경쟁력을 상실했다. 지난 2020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중국의 코로나 책임론을 거론했을 때도 강한 경제보복조치가 취해졌다.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부분 중단하고 랍스터 수입을 금지했으며 중국인 유학생과 관광객은 호주행 발길을 멈췄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2008년 금융위기도 견딘 호주는 30년 만에 불황 위기에 빠졌고, 호주 대학은 재정난에 휩싸였으며 현지 랍스터 산업은 붕괴 위기에 처했다.
스위스퍼펙션의 한국 앰배서더 ‘최소라’, 중국 앰배서더 ‘문영산/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스위스퍼펙션의 한국 앰배서더 ‘최소라’, 중국 앰배서더 ‘문영산/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 그룹에서 중국 사업 노출도가 높은 계열사는 중국 현지서 화장품 사업을 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17,650원 ▼100 -0.56%)이다. 신세계인터는 중국 현지서 '쁘띠 샤넬'로 불리는 비디비치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으며 자체 브랜드 연작과 함께 티몰 등을 통해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정유경 총괄사장의 지휘 하에 초고가 K-럭셔리 전략을 추진하면서 2020년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했고 '메이드 인 스위스' 화장품을 발판으로 중국 럭셔리 화장품 시장을 공략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중국 현지에서 화장품을 유통하는 주요 채널은 알리바바의 티몰, 징둥의 징둥닷컴 등이다. 하지만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공산당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중국 당국의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금일 주가 하락은 K-뷰티 산업의 중국 화장품 시장 전망 부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정용진 부회장과 발언 관련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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