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다시 고개드는 통신비 포퓰리즘

머니투데이 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2022.01.10 03:33
글자크기
최근 알뜰폰 열풍에 편승, '갈아타기'를 단행했다. 10년간 사용해온 통신사에는 미안하지만 주위의 강권을 따랐다. 수년전 부터 자급제폰을 사용해서 단말기 할부금이나 위약금 따위의 걸림돌도 없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기존 통신사와 동일한 조건인데 요금이 5만 2000원에서 1만 7000원, 3분의 1로 줄었다. 연간 42만원을 절약하는데 가족 여행비가 굳었다. 물론 각종 멤버십 할인이나 포인트를 받지 못하고 대리점이 없어 온라인으로 가입하는 불편을 감내해야한다. 하지만 진즉 안바꾼 게 후회될 정도다. 알뜰폰 1000만명 시대가 괜히 온게 아니다. 연일 가입자가 이탈하는 통신사들에겐 수익저하가 자명하다. 그들이 왜 탈통신을 부르짖는지 수긍이간다. 가계 통신비 절감이라는 알뜰폰의 도입취지도 달성되고 있다.

최근 한 시민단체의 통신비 인하 요구는 그래서 의문을 키운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8일 자료를 통해 이통통신 3사가 10년간 18조 6000억원의 '초과수익'을 거뒀다"면서 반값통신비 공약을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권고했다. 통신사들이 정부에 제출한 LTE 영업통계명세서 분석자료를 근거로 삼았다.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듣는 소비자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안그래도 5G 속도 논란에다 KT의 통신망 마비사태로 불만이 팽배한데 그동안 폭리까지 취했다니? 그런데 차분히 살펴보면 허점과 왜곡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일단 주장의 진위여부를 떠나 '초과수익'이라는 용어부터 이상하다. 기업에게 수익은 그냥 수익일 뿐이다. 수익이 초과됐다는 개념은 적정 한도의 수익을 넘게 이익을 얻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철도나 수도, 전기, 가스 같은 공공서비스에나 적용되는 개념이다. 국민복리를 위해 공공서비스를 독점케한 공기업의 경우 일정 이상의 수익을 낼 경우 요금을 낮추라는 압력을 받게된다. 반대로 지하철처럼 요금이 원가에 못미치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지원한다. 그래서 공기업은 적자가 나더라도 망하지 않고, 정부의 신용보증을 받는다.

반면 민간기업의 경우 초과수익이라는 개념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경제의 원칙인 사업자의 이윤추구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다. 통신은 규제산업임을 고려해야한다는 주장도 말장난이다. 초과수익이 문제라면, 반대로 적자가 날 경우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거나 통신비를 올려줘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민간기업에게 이익을 죄악시하고 적자경영을 하라는 말이다. 실현여부를 떠나 당장 주주들이 들고 일어날 일이다. 아무리 시민단체의 주장이라곤 하나, 황당하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당국에 참고용으로 제출한 수치로 영업이익을 산출한 주먹구구식 계산법도 문제이지만, 근본적으로 2G에서 5G 까지 다양한 통신망 중 특정 망만을 떼어내 수익을 평가하는 것도 잘못됐다. 통신사는 신규서비스의 손실을 기존 서비스의 이익으로 회수하는 게 상식이다. 정부 역시 이같은 구조를 통해 신통신망 투자를 유도하고 차세대 ICT 혁신서비스의 마중물이자 근간으로 삼는다. 이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스마트 IT강국이 되는 출발점이었다.

시민단체의 요금인하 요구를 무조건 폄훼할 생각은 없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접어들며 가계통신비 부담은 커졌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OTT 확산, 구독경제 등 누려야할 서비스도 많아졌다. 통신사들의 과당 마케팅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타당하다.

그러나 비판은 합리적이고 건설적이어야 한다. 누구든 알뜰폰으로 갈아타면 반값으로 통신비를 줄이는 시대다. 공공와이파이로 데이터를 공짜로 쓰는 길도 열렸다. 그런데도 막무가내 논리로 반값통신비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거니와 식상하다. 자칫 대선주자들이 이런 주장에 현혹될까 걱정이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고 미래 ICT생태계의 근간을 흔들수 있다. 선거 때마다 고개를 드는 이런 재삼탕식 '통신비 포퓰리즘'에서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
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