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달 가리키는데 손만 본 정부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2.01.05 06:00
글자크기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QR코드 인증 후 입장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QR코드 인증 후 입장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하루에도 문 닫을까 수백번 생각해요. 백화점·대형마트는 아무 규제도 안 하는데 식당만 규제하는 건 말이 안 돼요. 식당도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좀 풀어줬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정부의 코로나19(COVID-19) 방역대책 강화에 서울의 한 음식점 자영업자가 꺼낸 말이다. 그가 간절하게 하고 싶었던 말은 백화점의 동일한 규제가 아니라 음식점의 거리두기 완화'의 필요성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자영업자들의 절규를 들은 정부는 달이 아닌 '손'을 봤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비교대상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오는 10일부터 백화점·대형마트에도 코로나19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풀어주고 우리만 단속하느냐는 항의가 있었다"며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주는 그런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측면"이라고 방역패스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정부는 백화점·대형마트보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많이 발생하는 종교시설은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대형마트에서 발생한 집단감연 건수는 31건(확진자 754명)으로 교회 집단감염 233건(확진자 7491명)보다 적다. 정부의 방역대책 원칙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방증이다. 국민들 사이에선 강화된 방역대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생필품 구매 등 의식주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영업을 제한하는 식당 등도 코로나19 확산 경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전체 집담감염 원인 중 식당·카페와 실내외 체육공연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2.4%씩에 불과했다. 유흥시설은 2.3%였다.

생계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적잖다. 복수 사업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연 매출 10억원 이상일 경우 손해를 봐도 손실보상마저 못 받아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합리적 대책을 요구한다. △영업제한 완화 △사업장별 손실보상 △퇴근 후 직장인이 대상인 체육시설 운영시간을 오후 5~11시로 하는 식의 업종별 하루 영업 가능 총량을 정하는 '영업시간 총량제' 등이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미주 기자박미주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