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접종 11일 뒤, 아버지의 숨이 멈췄다…방역당국은 "부검불가"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2.01.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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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새벽 5시쯤. 경기도 의정부시 백병원./사진=윤모씨 유족 측 제공지난달 31일 새벽 5시쯤. 경기도 의정부시 백병원./사진=윤모씨 유족 측 제공


#아버지의 숨이 멈췄다. 지난달 20일 동네의 한 병원에서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맞은지 11일 만이다. 1,2,3차 모두 화이자 접종을 맞았다. 백신 부작용이 의심됐다. 부검이라도 해서 아버지의 사인을 밝히고 싶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지침을 근거로 '부검불가'입장을 통보했다.

아버지를 잃은 아들 윤모씨(30)는 4일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아버지가 화이자 백신을 맞고 맞고 숨져 경기도 의정부시 을지대병원에 안치돼 있다"고 밝혔다.



윤씨의 아버지는 백신을 맞은 당일에는 큰 이상증세를 느끼지 않았다. 윤씨의 어머니 신씨는 "남편이 30분 정도 한기만 느낄 뿐 1, 2, 3차 접종 모두 큰 이상증세 없이 넘어갔다"며 "타이레놀도 먹지 않았을 정도"라 말했다.

하지만 접종 후 11일이 흐른 지난달 31일 새벽 1시15분쯤 윤씨의 아버지는 돌연 "목이 좀 불편해 병원에 가야겠다"며 옷을 챙겨입었다. 그러다 "119를 부르라"고 외치며 쓰러졌다. 아버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구급대원들은 윤씨의 아버지에게 인공호흡을 했다. 기도 삽관은 실패했다. 기도가 염증으로 꽉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응급실에 도착한 아버지는 새벽 2시30분쯤 컴퓨터 단층촬영(CT)을 받았다. 뇌는 손상됐고 심장도 스스로 뛰지 못하는 상태였다. 새벽 5시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지난해 10월28일 윤모씨가 가족과 전라남도 담양시 죽녹원에 여행을 갔을 당시 모습./사진=윤씨 유족 측 제공.지난해 10월28일 윤모씨가 가족과 전라남도 담양시 죽녹원에 여행을 갔을 당시 모습./사진=윤씨 유족 측 제공.
쓰러지기 전 윤씨의 아버지는 누구보다 건강했다. 윤씨의 아버지는 1991년 건설회사에 들어가 7년간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그러다 1997년 건설감리직을 맡아 20여년 일했다. 50대에 접어들어도 여전히 건강했다. 최근 3년 동안 실비보험을 청구한 적이 없어 보험료 30만원을 환급받을 정도였다. 만성 폐질환과 당뇨 등 기저질환도 없었다.

가정에도 충실했다. 신씨는 "저녁 7시에 퇴근하면 남편이 밥상을 차려놓고 '수고했다'며 끌어 안아줬다"며 "평소에도 '건강해줘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로 따뜻한 사람"이라 말했다.


윤씨는 "아버지의 부스터샷 접종을 말렸으면 어땠을까 후회가 된다"고 털어놨다. 백신을 맞은 후 이상증세가 나타난데다 '돌파 감염'마저 됐기 때문이다. 윤씨의 아버지는 병원에 이송된 다음날인 1일 저녁 8시30분쯤 윤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윤씨는 "아버지가 양성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망진단서에는 '백신 부작용'이 명시되지 않았다. '기도 염증으로 인한 사망'만 적혔다. 윤씨는 "의사들이 소견서에는 팩트만 써야 한다며 조심스러워 하더라"라고 말했다.

윤씨는 "아버지가 백신을 맞고 사망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의료진 소견이 근거다. 앞서 의료진은 윤씨의 아버지를 진찰한 뒤 "이 정도 염증이면 며칠, 몇주 전부터 식사가 어렵고 대화도 어려웠을 것"이라 진단했다. 아들 윤씨는 "아버지가 이틀 전엔 가족과 삼겹살을 먹고 전날에는 친구들과 치킨도 먹었다"며 "의료진 진단보다 염증이 빠르게 악화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지난해 8월 수원시 경기대학교 생활치료센터에 구급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뉴스1지난해 8월 수원시 경기대학교 생활치료센터에 구급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뉴스1
하지만 이버지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는 어렵게 됐다. 코로나19 사망자이다 보니 방역당국이 '부검 불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윤씨는 지난 2일 질병관리청에 부검을 문의했다. 상담원은 "코로나 사망자는 부검이 어렵다는 지침이 있다"며 "상급자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 말했다. 이윽고 유족들 휴대폰에 문자로 지침서를 보내오며 "113 페이지에 나와있다"고 말했다.

유족이 해당 페이지를 들여다봤지만 상담원이 코로나 사망자 장례에 관한 내용들뿐이었다. 다른 페이지에는 '코로나 사망자를 안치한 부검실 유의사항'만 있었다. 유족은 관리자급 담당자와 통화했지만 "알아본 후 연락주겠다"는 말뿐 답을 받지는 못했다.

윤씨는 경찰과 직접 통화한 끝에 부검을 의뢰할 수 있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3일 절차에 따라 부검 영장을 발부받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들 앞에 나도 눈물이 나더라"라며 "작은 권한과 재량을 발휘해 유족을 최대한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부검 의뢰를 했지만 실제 부검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행 지침상 부검은 사망 원인이 불분명할 때 한다. 엄밀히 따지면 윤씨는 사망진단서에 '기도 염증'이 명시됐기 때문에 부검 대상에 해당 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도 시신을 부검할지 자체 논의한다고 하더라"라며 "영장의 유효기간인 일주일 내로 부검을 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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