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발등의 불' 되니..기업들 속속 'AI 감시인' 둔다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2.0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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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현장 안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경영진이나 법인에 산업 현장에서의 인명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AI를 이용해 안전 감시망을 촘촘히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도 관련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AI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각종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일 IT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ICT, SK C&C, KT엔터프라이즈 등 IT서비스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을 주요 고객사의 산업 현장에 확산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사업장과 작업장, 공중 이용시설, 공중 교통수단 등에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 담당 공무원, 사고 발생 법인 등이 처벌받게 된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마다 작업자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가 현실적인 경영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IT 업계에서는 현장에서 작업중 발생할 수 있는 인명 피해를 IT 기술을 활용한 자동 감지로 최소화하기 위한 솔루션들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 AI와 IoT 센서, CCTV를 이용해 관리 인력이 놓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24시간 탐지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룹사의 주요 사업이 제철·건설 등인 포스코 ICT는 일찌감치 스마트 안전관리 시장 선점에 나섰다. 계열사마다 인명 사고 위험이 있는 작업 현장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관계사로부터 솔루션 수요가 많고 테스트베드로 활용도 용이해서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 산업 안전 관리 플랫폼 '스마트 세이프티(Smart Safety)'와 안면 탐지 솔루션 '비전 AI(Vision AI)'를 건설·제조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CCTV 영상을 딥러닝으로 분석해 화재 연기나 보안 구역 무단 침입 등을 감지하거나 안면 탐지 기능으로 현장 출입구에서 안전 장비 착용 여부를 판단하는 식이다.
포스코ICT 직원이 스마트 현장관리시스템 '스마트 세이프티'를 활용해 관제실에서 산업현장의 안전·공정 관리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포스코ICT 포스코ICT 직원이 스마트 현장관리시스템 '스마트 세이프티'를 활용해 관제실에서 산업현장의 안전·공정 관리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포스코ICT
포스코ICT는 현재 인천 송도, 대구 등지의 아파트 건설 현장과 경기도청이 추진하는 건설 현장,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수하물처리시스템 확장 공사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포스코ICT 관계자는 "향후 도로나 항만, 터널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현장으로 스마트 세이프티 적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도 최근 KT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산업 안전 DX(디지털 전환)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지난달 24일에 전국의 쿠팡 물류센터에 AI 화재 감지기인 '세이프메이트'를 도입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IoT 센서 등으로 세이프메이트는 현장에 불꽃이 발생하면 10초 이내로 화재를 감지하고 소방청 서버로 데이터를 보내 출동 시간을 단축하도록 고안됐다. 불꽃 외에도 연기나 온도 등의 화재 원인도 감지할 수 있는 복합 화재 감지기다. 사람이 화재를 발견해 신고하는 것보다 초기 대응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T의 산업안전DX 플랫폼 내 화재 감지 솔루션 '세이프메이트' 메인보드 화면 /사진=KTKT의 산업안전DX 플랫폼 내 화재 감지 솔루션 '세이프메이트' 메인보드 화면 /사진=KT
쿠팡은 지난해 6월17일 경기 이천 덕평 물류센터가 전소되는 사고를 겪었다. 쿠팡 직원 248명의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화재 진압을 하던 소방관 1명이 순직했고 연면적 12만7000m²(3만8000평)을 모두 태웠다. 당시 현장 노동자가 화재를 발견했지만 신고가 늦었고 스프링쿨러 작동이 지연되면서 화재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SK C&C는최근 안전 관리 솔루션인 '아이팩토리 스마트 비전'를 개발해 SK 주요 계열사와 제조시설 등에 설치하고 있다. 아이팩토리 스마트 비전은 인공위성 GPS 신호의 오차 범위를 cm급으로 줄인 초정밀 위치 정보에 기반해 위험 상황이나 구조 요청의 발생 지점을 탐지하도록 설계됐다. 정밀한 위치를 우선 파악한 뒤 해당 지점의 CCTV 영상으로 현장에 사고가 탐지되면 알람을 보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도시가스 배관 검침이나 위험 시설 관리 건설 현장, 반도체 정밀 공정 제조 라인 등에서 작업자들이 위험상황에 노출되지 않고 작업하도록 돕거나 사고발생시 즉각 대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AI 등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은 이제 도입이 막 시작되는 단계"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힘만으로 부족한 안전 관리·감독 수준을 높이기 위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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