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핀테크…'누군가에게 허용된 것은 모두에게도…'

머니투데이 박재범 증권부장 2021.12.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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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핀(Tech Fin)'에 너무 유리하죠."

은행, 증권사 등 전통적 금융회사 임원과 대화 속 '핀테크(Fin Tech)' 주제를 꺼내면 용어부터 바로 잡으며 불만을 쏟아낸다. 말장난 같지만 개념 차이는 분명하다.

금융사가 IT 기술을 활용해 제공하는 게 '핀테크'다. 반면 '테크핀'은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카카오, 네이버, 토스 등의 서비스를 일컫는다.



둘 다 기술 발전, 혁신의 결과물이다. 고객 입장에선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제공받는데 체감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전자는 올드(OLD)한 것, 후자는 생활의 한 부분으로 느낀다.

금융회사는 억울하다.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운 '테크핀'에 너무 관대하다는 주장이다. 용어 정정부터 시작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알리기 위한 포석이다.



"금융 안정성 등을 고려한 기존 금융 규제의 틀을 똑같이 들이댄다면…". 그럴 듯하다. 최근 금융당국을 비롯 정부가 빅테크 규제 강도를 강화한 데는 이런 흐름이 반영된 측면도 없지 않다.

규제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테크핀'은 금융회사가 아니다. 금융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 책임과 의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금융회사가 화나는 지점이다. 고객은 반대로 이 서비스가 편하다.

'테크핀'은 검색, 생활형 정보 등을 갖고 금융으로 진입했다. 고객들은 자연스레 '테크핀'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에 사로 잡혔다. 의식이 아닌 무의식속에. 점포에 있던, 인터넷 뱅킹에 있던 금융서비스는 옛 것이 돼 잊힌다.


예금, 대출, 송금, 펀드 가입 등 모든 금융서비스가 편리하다. 카카오톡 서비스 이용 수준이면 충분하다. 테크핀의 금융서비스는 금융 규제의 회색 지대를 휘젓는다.

사실 금융사들의 정보도 '테크핀' 못지않다. 금융 정보만 따지면 질적, 양적으로 월등하다. 하지만 활용이 제한적이다. 결합을 못하도록 칸막이를 쳐놨다. 칸막이를 없앨 때마다 디지털 환경에선 창을 하나 늘려야 한다. 클릭을 한 두 번 더 하는 것, 창을 한 두 개 더 여는 것은 고객들에게 불편함을 넘어 죄악이다.

규제 관련 또다른 사례를 보자. 지난 10월, 토스는 모빌리티 업체 타다를 인수한다. '테크핀과 모빌리티의 결합' '카카오T와 맞짱'등의 해석과 함께 장밋빛 낙관론이 이어진다.

이 좋은 것을 KB금융지주, KB은행, KB증권이 했다면? 질문 자체가 우문(愚問)이다. 현실적으로 인수할 수 없다. 금융지주사는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 외 국내 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헌법보다 무서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금산분리) 원칙은 이렇게 차별한다.

규제 차이를 조정하는 방법은 여럿이다. 그중 편한 길은 잣대를 높이는 거다. '동일 기능·동일 규제'가 대표적이다. '테크핀'이건 '핀테크'건 말장난에 불과하니 모두 금융업으로 규정하고 규제하면 간단하다. '금산분리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두 개의 무기를 이겨낼 논리는 없으니까.

과거의 틀로 현재를 재단할 수 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변명과 예외없이 적용하면 끝이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을 너머 온라인상 '메타'까지 확장되는 시대다.

금융회사의 핀테크가 밀리는 이유는,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테크핀'이 규제를 덜 받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 규제가 철저히 오프라인 시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점포, 대면, 단품 판매 등의 사고 속 만들어진 규제가 2020년대 플랫폼 시대, 금융을 상대할 수 있을까. 안 맞는 옷을 입으면 '핀테크'와 '테크핀' 모두 힘들다.

'동일 규제'를 보는 시각의 전환을 꾀하자. 모두를 금지하기 위한 틀이 아닌 '누군가에게 허용된 것은 모두에게 허용하는 방식'으로의 대전환이다. 그러면 사전적 규제 대신 사후적 규제가 새 틀을 짠다. 해야할 이유를 무릎꿇고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시장은 보여준다. 카카오 계열의 시가총액은 그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 성장성의 미래총합이다. 반면 많은 데이터를 지닌 금융지주사는 규제의 칸막이 속 디스카운트된다. 옛 규제로 카카오 계열의 시총을 낮추는 것과 발상의 전환으로 기존 금융사의 시총을 높이는 것, 선택지는 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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