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엔딩에 울컥? 황석희 번역가의 해석 "배신, 슬픔"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2021.12.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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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사진=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Spider-Man: No Way Home)이 뜨거운 호평과 함께 흥행 중이다. 특히 엔딩 장면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여운을 남기고 있다.



지난 23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번역을 맡은 황석희 번역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의 엔딩 해석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황 번역가는 영화의 엔딩 장면인 피터 파커(톰 홀랜드 분)와 그의 연인 MJ(잰 데이아)의 카페 장면을 언급했다. 그는 MJ가 차고 있던 목걸이에 대해 " (전작인) '파 프롬 홈'에서 피터가 선물한 블랙 달리아 꽃 목걸이다. 전편에서 꽃잎이 부서졌는데도 차고 다닌 모양이다"며 "'그대와 나의 영원한 유대(끈)'라는 달리아의 로맨틱한 꽃말과 달리 블랙 달리아의 꽃말은 '배신, 슬픔'이다"고 적었다.



그는 "한국어로 배신의 정의는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의미의 범위가 다소 넓다. '도움을 주지 않거나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함으로써 당신을 믿는 이(친구나 가족 같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의미도 있다"며 '꼭 돌아오겠다'며 전쟁터에 나간 연인이 전쟁터에서 전사해 돌아오지 못하면 그것도 배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사진=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황 번역가는 피터가 MJ에게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눈썹 옆에 생긴 상처를 보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장면을 일종의 배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배신하고 떠나야 하는 마음이, 차라리 울 것이지 울음보다 훨씬 아픈 미소를 짓는다"며 눈물을 머금고 미소를 짓는 피터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는 피터 파커와 동화 속 피터팬이 닮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황 번역가는 "MJ가 일하는 카페 이름은 'Peter Pan(Donut & Pastry Shop)'이다. 피터의 상황과 잘 어울리는 가게 이름"이라며 영화 속 닥터 스트레인지가 경고한 '문제는 네가 두 개의 삶을 살려 하는 데에서 온다'는 말이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로의 삶으로 볼 수 있지만 한쪽은 네버랜드의 피터팬처럼 판타지 같은 삶, 한쪽은 현실의 삶이라며 "피터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네버랜드를 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MJ와 네드가 피터에 관한 기억을 잃은 채 대학에 가고 어른이 되는 장면을 네버랜드에서 피터팬과 놀던 웬디와 아이들이 현실로 돌아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는 것과 비교했다.

황 번역가는 "두 피터는 이름만큼이나 많이 닮았다"며 "피터 파커는 다신 집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리지널 스파이더맨은 이제야 집으로 돌아온 게 된다. 오리지널 팬들에겐 '노 웨이 홈'이 아니라 다시 '홈 커밍'이 되는 것"이라며 "피터의 처지를 생각하며 제목을 볼 땐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너무나도 반갑지만 반가움이 미안하다"라고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황 번역가는 "자꾸만 그런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스파이디가 우리의 집으로 돌아오긴 돌아왔다"고 덧붙이며 팬들의 공감을 샀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팬들은 "눈물 줄줄" "엔딩 생각할 때마다 울컥울컥" "목걸이를 계속하고 있는 게 다시 만날 거라는 암시 같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편 지난 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개봉 9일차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누적관객수 352만명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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