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하이브리드' 못 놓은 토요타…전동화 늦었던 이유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1.12.16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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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아키오 토요다 토요타자동차 사장이 '탄소중립의 실현을 향한 토요타와 렉서스의 전동화 상품 전략'에서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토요타14일 아키오 토요다 토요타자동차 사장이 '탄소중립의 실현을 향한 토요타와 렉서스의 전동화 상품 전략'에서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토요타


글로벌 완성차 판매 1위 토요타가 뒤늦게 전동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100% 전동화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등 한계도 보인다. 아직도 '하이브리드' 엔진에 천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토요타자동차는 전날 '탄소중립의 실현을 향한 토요타와 렉서스의 전동화 상품 전략' 미디어 설명회를 통해 2030년까지 총 30종의 전기차(BEV)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연간 350만대의 글로벌 판매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는 2030년까지 전 카테고리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해 전 세계적으로 100만대를 판매하고, 2035년엔 100% 전동화를 실현할 예정이다.

14일 아키오 토요다 토요타자동차 사장이 '탄소중립의 실현을 향한 토요타와 렉서스의 전동화 상품 전략'에서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토요타14일 아키오 토요다 토요타자동차 사장이 '탄소중립의 실현을 향한 토요타와 렉서스의 전동화 상품 전략'에서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토요타
'하이브리드'에만 특화된 토요타와 日 자동차 산업…'기후변화 훼방꾼' 오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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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토요타는 전기차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 부정적 입장이었다. 탄소중립의 해답이 전기차가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토요타를 비롯해 일본 자동차 산업은 '하이브리드' 엔진에 특화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아키오 토요다 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일본 정부가 가솔린차 신차 발표 중단을 고려하자 "이대로면 일본에서 차를 만들 수 없게 된다"며 "자동차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본은 화력발전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 만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 삭감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들이 전기차를 내놓기 시작한 올해 9월엔 혼다·야마하·이스즈 등의 최고경영자와 함께한 일본 자동차 제조업협회 정기회의에서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 가장 큰 방해요소는 이산화탄소일 뿐 내연기관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정부의 순수 전기차 정책으로 일본은 550만 개의 일자리와 800만 대의 자동차 생산량을 잃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유럽에서 영감을 얻은 '친환경 제조 목표'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토요타코리아가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AP어게인에서 '2022년형 뉴 캠리'를 선보이고 있다. '뉴 캠리'는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3669만원부터 4357만원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토요타코리아가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AP어게인에서 '2022년형 뉴 캠리'를 선보이고 있다. '뉴 캠리'는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3669만원부터 4357만원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 10월엔 토요타 연구소 CEO인 길 프랫 박사가 한 자동차 부문 서밋 행사에서 "배터리 전기차가 배출가스를 줄이는데 보다 큰 역할을 할 것은 자명하다"면서도 "하지만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나 수소연료전지 등 다른 해결책들이 함께 사용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어떤 해결책이 최선인지 예측하거나, 특정 방법만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등 이용자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도구를 제공코자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1위 기업이 전동화 전략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국제사회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영국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은 세계 유명 기업과 로비 조직 500여 곳으로부터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작성된 보고서를 통해 토요타를 '기후변화 대응 훼방꾼' 3위 기업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전동화 전략 발표했지만, 여전히 '하이브리드' 중심…"과거에 머무르다 전기차 주도 못했다"
(서울=뉴스1) = 19일 중국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 전시관에서 열린 ‘2021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제네시스 중국 마커스 헨네 법인장이 제네시스브랜드의 GV70 전동화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GV70 전동화 모델은 내연기관 GV70의 파생 모델로 기존 모델의 실내 거주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기차의 뛰어난 동력성능과 각종 신기술이 적용돼 높은 상품 경쟁력을 갖췄다. (제네시스브랜드 제공) 2021.11.19/뉴스1  (서울=뉴스1) = 19일 중국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 전시관에서 열린 ‘2021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제네시스 중국 마커스 헨네 법인장이 제네시스브랜드의 GV70 전동화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GV70 전동화 모델은 내연기관 GV70의 파생 모델로 기존 모델의 실내 거주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기차의 뛰어난 동력성능과 각종 신기술이 적용돼 높은 상품 경쟁력을 갖췄다. (제네시스브랜드 제공) 2021.11.19/뉴스1
토요타가 수개월만에 태도를 변경한 것은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출시 속도가 예측보다 빠르고 전동화 전략에 탄력을 받자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략 발표 방식도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과 비슷했다. 판매량이 적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동화를 먼저 실현하고, 지역별로 전기차 판매 비중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현대차그룹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100% 전동화 시점을 2030년으로 설정했다. 현대차는 2035년 유럽지역에 전기차·수소차만 판매하고, 2045년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토요타는 이날에도 타 브랜드들과는 달리 명확한 100% 전동화, 탄소중립 시점을 밝히진 않았다. 하이브리드 판매 중심 전략도 여전히 유효하다. 2030년 친환경차 판매 목표 800만대 중 450만대는 하이브리드차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아키오 사장은 "전기차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를 강요하면 소비자들이 매우 불편할 것"이라며 "세계 시장은 매우 다양화된 마켓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보통 사람에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좋은 해답이 되진 못한다"고 강조했다.

시기는 늦었지만 1위 기업인만큼 빠르게 전기차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를 통해 세계 시장을 제패했던 과거에 머무르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지 못했다"면서도 "연구개발 등 기업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빠르게 전기차·수소차 수준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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