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내년 중·저신용자 대출(나이스신용평가 기준 859점 이하) 비중을 늘리기로 하고 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했다. 차기 KB국민은행장에 내정된 이재근 이사 부행장은 지난 2일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선별 대출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과 관련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은행 사이 성과를 가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이어지는 내년 중금리 대출을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대에서 관리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보면 '한도 없는' 중금리대출은 더없이 매력적이다. 금융위는 총량관리 예외를 인정하는 데서 더 나아가 중금리대출을 충분히 공급한 은행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정책 방향이 시중은행도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라는 것"이라며 "다른 대출로 가능한 수익이 제한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의 중금리대출을 더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도적인 한계다. 신용평가모형을 만들려면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지만 빅테크와 달리 제약이 많다. 은행은 '전업주의' 원칙에 따라 비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르면 은행이 비금융 회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려면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비금융 스타트업 지분은 15% 이상 가질 수 없다. 비금융 자회사를 보유해 각종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셈이다. 반면 빅테크는 어떤 지분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지만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최소 내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