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령님들, 일본을 지켜주세요"…日 국회의원 99명 야스쿠니 집단참배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1.12.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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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없는 일본" 국제사회 논란 예상,
2년여만에 국회의원 단체로 야스쿠니 방문…
보수 우익들 똘똘 뭉쳐 A급 전범들에 제사

일본 국민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기도하고 있다./사진=AFP일본 국민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기도하고 있다./사진=AFP


일본 여야 국회의원 99명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단체 참배했다. 2년 2개월 만에 의원들의 단체 참배로 국제사회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7일 교도통신·산케이신문·NHK 등에 따르면 초당파 의원연맹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방문해 참배했다.



이 모임 소속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지난 2019년 10월 18일 이후 처음이다. 이 모임은 매년 야스쿠니 신사 춘계(4월)·추계(10월) 예대제와 태평양전쟁 종전일(8월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문제로 단체참배를 중단했었다.

이날 단체 참배에는 중의원 68명, 참의원 31명 등 9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극우익 성향의 야당 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 소속이다. 호소다 겐이치로 경제산업성 부대신, 무타이 슌스케 환경성 부대신 등 정부 인사도 포함됐다.



이 모임 회장인 자민당 소속 오쓰지 히데히사 전 참의원 부의장은 참배 후 기자들을 만나 "국난을 당해 돌아가신 영령님께 일본을 잘 지켜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참배하고 싶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17일 (현지시간) 태평양전쟁 전범이 합사된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뒤 떠나고 있다. /로이터=뉴스1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17일 (현지시간) 태평양전쟁 전범이 합사된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뒤 떠나고 있다. /로이터=뉴스1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단체 참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월 취임 직후 야스쿠니신사 추계 예대제를 맞아 직접 참배하는 대신 마사카키(제단에 비치하는 비쭈기나무)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한 바 있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를 재개함에 따라 한국·중국 등 주변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 반발이 예상된다. 일본의 우익 보수들이 외교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 당시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 및 민간인 246만6000여명을 신격화 해 제사를 지내는 시설로 일본 침략전쟁의 상징으로 통한다. 이 중 약 90%가 태평양전쟁과 연관된 인물이어서 군국주의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한편 아베 전 총리는 2차 집권 이듬해인 지난 2013년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야스쿠니 참배와 관련 국제사회 비판이 잇따르자 재임 중에는 공물만 봉납하다가 퇴임 후 직접 참배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퇴임 직후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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