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에디슨모터스의 '요술방망이'?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1.12.0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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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시내 한 쌍용자동차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21.10.21/뉴스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시내 한 쌍용자동차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21.10.21/뉴스1


쌍용자동차 매각이 또다시 표류 위기에 빠졌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정밀실사를 마무리했지만, 연내 본계약 협상 등 인수절차를 종결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에디슨모터스가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진 탓이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지난 10월 인수자로 낙점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인수자금 1조5000억원 중 8000억원 가량을 평택공장을 담보로 산은 대출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회생계획을 내기도 전 대출부터 받겠다고 하자 산은이 발끈했다. 공식적인 자료를 내서 대출거부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강 회장이 산은 지원 없이 시장에서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시장은 의구심을 풀지 않고 있다.



관건은 에디슨모터스가 밝힌 계획이 과연 쌍용차를 지속가능한 회사로 살려 낼 만큼 구체성과 타당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에디스모터스는 인수제안서에서 쌍용차를 사들인 뒤 내년까지 10종, 2025년까지 20종,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5년 내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자동차업계나 금융업계에선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냉소한다. 당장 이동걸 산은 회장도 "내연기관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트랜드 변화 속에서 글로벌 메이저업체들조차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에디슨모터스 측의 구상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 간다"고 했다. 미래차 분야에 5년간 현대차가 100조원, 폭스바겐이 6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500억원만 투입하면 전기차 1종을 출시할 수 있다는 에디슨모터스의 구상이 허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쌍용차 잔혹사'는 홀로 설 경쟁력이 없으면 결국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대우그룹, 중국 상하이자동차, 마힌드라를 거치며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자금지원 알선으로 생명줄을 이어온 쌍용차가 다시 법원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게 이를 증명한다. 쌍용차의 실패를 두고 '오너십 부족'을 언급했던 강 회장의 말마따나 지금이야말로 에디슨모터스는 자사의 기술력과 현실화할 수 있는 쌍용차 발전전략을 검증받아 앞서 실패한 대주주와 다른 '오너십'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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