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09.41로 전년 동월 대비 3.7% 뛰었다. 2011년 12월 4.2% 이후 9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4월 2.3% △5월 2.6% △6월 2.4% △7월 2.6% △8월 2.6% △9월 2.5% 등 2%대 상승률을 유지해오다 10월 3.2%로 오른 이후 두 달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달 연속 3%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 1~2월에 각각 3.3%, 3%씩 상승한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2배 강하다는 오미크론 변이까지 출현하면서 향후 방역 강화 등에 따른 소비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내수 뿐 아니라 수출까지 악영향이 우려된다. 로런스 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경기 둔화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우리나라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난 건 1차 오일쇼크 때인 1974∼1975년과 2차 오일쇼크 직후인 1980년 두 차례다. 마지막 스태그플레이션이었던 1980년 당시 경제성장률은 -1.6%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7%에 달했다. 만약 내년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면 약 40여년 만에 최초다.
현재 상황을 보면 고물가와 저성장 모두 단기간 내 상황이 개선되긴 어렵다. 당장 물가상승 부담 탓에 한국은행은 내년초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 유력시된다. 이 경우 경기는 또 다른 하방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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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투자 부문이 얼어붙고 있다는 게 특히 우려된다. 3분기 설비투자는 -2.4%, 건설투자는 -3.5%씩 역성장했다. 소비도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물가 역시 연말까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곡물가격, 원자재가격 추이를 보면 12월에도 공업제품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적고 개인서비스 가격 역시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전망 당시의 예상 수준을 상회함에 따라 올해 연간 상승률은 당초 전망수준이었던 2.3%을 다소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상승률을 2% 이내로 관리하는 것인데, 사실상 목표에 맞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순 없지만 코로나 변이와 경기둔화 장기화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성은 커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재정에 기대는 형태로 변한 데다 국내 투자가 적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고용회복이 더뎌지면서 경제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