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5년? 20년?…시진핑은 중국을 언제까지 이끌까? [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1.12.05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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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시진핑이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다."

2012년 11월 중국 공산당 18차 당대회에서 시진핑(68) 주석이 당 총서기로 선출될 때, 당시 중국에 체류하던 필자는 신문, 방송을 도배하는 당 대회 뉴스를 보면서 중국 권력 교체를 실감했다. 당국가(Party-state)인 중국은 공산당 총서기가 최고 권력자다. 이듬해 3월 시진핑은 중국 국가주석에 취임하면서 권력 장악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때만 해도 시진핑이 전임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과 이렇게까지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 화평굴기 대신 팽창적인 대국굴기로 접어들었다.



2022년 10월 차기 5년을 책임질 총서기 선출
중국 공산당은 5년마다 당대회를 개최해, 차기 5년을 책임질 지도부를 결정한다. 바로 내년이 20차 당대회가 개최되는 해다. 내년 10월무렵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당 총서기 3연임(15년)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시진핑 주석은 바뀔 기미가 없다.

덩샤오핑(鄧小平)/사진=AFP덩샤오핑(鄧小平)/사진=AFP
시진핑 주석이, 최고지도자의 인적 리스크를 막기 위해 덩샤오핑(鄧小平)이 만든 집단지도 체제 및 10년 임기 시스템을 무력화했기 때문이다.(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같은 재난이 재발되는 걸 막고자 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중국 공산당이 국가주석 3연임을 금지한 헌법 규정을 삭제하면서 3연임을 막는 법적 장애물이 사라진 상태다.



덩샤오핑이 만든 암묵적인 룰인 칠상팔하(七上八下)도 유명무실화될 전망이다. 덩샤오핑은 최고지도부의 권력 교체를 제도화하기 위해 67세는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수 있지만, 68세는 안 된다는 룰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지켜져 왔다. 시진핑 주석은 내년이면 69세다.

지난 11월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의 업적을 칭송하는 역사결의를 채택하는 등 시진핑은 장기집권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미국 대통령 임기는 길어봤자 8년이며 중국도 10년이었는데 룰이 바뀐 것이다. 나이도 있고 잠재적인 내부 불만을 고려하면 시진핑이 20년까지 하려고 할 것 같진 않은데, 그것도 알 수 없다.

2022년 미중 관계 변화하나?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에도 미중 관계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을 규합해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장(新疆)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시사하는 등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시진핑 주석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개월이 지난 11월에야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미국에 대한 강경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강경한 자세는 국내 정치를 고려한 부분도 존재한다. 시진핑 주석은 내년 10월 20차 당대회까지는 긴장된 미중 관계를 끌고 가면서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전략이 불리할 게 없다. 하지만 긴장관계가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 역시 부담이다.

시진핑 주석이 20차 당대회를 통해 3연임(15년)을 확정지은 후에는 미중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6월 29일 인천대에서 개최된 '중국 공산당 100년 특별 춘계학술대회'에서 중국 정치 권위자인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내년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의 대미정책이 유연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국도 내년 11월 8일 중간선거라는 중요 정치 행사가 있다. 내년 10월과 11월 중국의 20차 당대회와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미중 관계도 방향전환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
"시진핑 신뢰한다" 15% vs "바이든 신뢰한다" 67%
코로나19 발생 후 23개월째 시진핑 주석은 한 번도 중국을 벗어난 적이 없다. 중국 방역시스템도 해외입국자에 대해, 최소 3주 격리를 의무화하는 등 사실상의 봉쇄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경 전체에 성벽을 쌓아 흉노족의 침입을 막겠다는 '만리장성'식 사고 방식이다. 적어도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10월 20차 당대회 전까지는 현행 방역조치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시진핑 주석에 대한 해외 시선은 부정적이다. 그나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때는 서유럽 국가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차라리 시진핑 주석이 국제관계에서 올바른 일을 할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바이든 취임 후 상황이 180도 변했다.

퓨리서치센터의 글로벌 여론조사 결과/사진=퓨리서치센터 홈페이지퓨리서치센터의 글로벌 여론조사 결과/사진=퓨리서치센터 홈페이지
올해 5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전 세계 1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16개국의 대다수 응답자가 시진핑 주석이 국제관계에서 올바른 일을 할 것으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압도적으로 높았다.

우리나라는 응답자 중 15%만 시진핑 주석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답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7%에 달했다. 스웨덴은 12%만 시진핑 주석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답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85%에 달했다.

중국은 마오쩌둥 집권시기인 1945년과 덩샤오핑 집권시기인 1981년 두 번의 역사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시진핑은 미국 저널리스트 해리슨 E. 솔즈베리가 저서 '새로운 황제들'(New emperors)에서 신중국의 황제로 묘사한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마오쩌둥은 신중국을 탄생시켰고 덩샤오핑은 가난에 시달리던 중국을 번영의 길로 이끌었다.

시진핑은 2012년 권력을 잡은 후 두 개의 100년(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2049년 신중국 성립 100주년)을 이정표로 제시하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강조해왔다. 2021년은 샤오캉 사회(중진국) 달성이 목표였다. 이제 시진핑의 목표는 2049년까지 (미국에 맞먹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시진핑의 목표가 실현될지 단정하는 건 아직 이르다.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이 어디로 갈지, 그리고 시진핑이 언제까지 중국을 이끌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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