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스포티지 17년만에 1위..반도체 여진 못벗어난 車업계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정한결 기자 2021.12.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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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빛바랜 스포티지 17년만에 1위..반도체 여진 못벗어난 車업계


국내 완성차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대란 여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판매 급감으로 이어진 지난달보단 상황이 나아지면서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241,000원 ▼8,000 -3.21%)·기아 (113,900원 ▼5,700 -4.77%)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15.6% 줄어든 53만4834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10만8113대)는 10.3%, 해외(42만6721대)는 16.8% 각각 감소했다. 현대차는 20.7% 줄어든 30만7039대(내수 5만7813대+수출 24만9226대)를, 기아는 18.9% 감소한 21만7872대(내수 3만7837대+수출 18만35대)를 각각 판매했다.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고 있지만 20% 수준으로 판매량이 빠졌던 지난달에 비해선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현대차·기아의 1~11월 누적 판매량은 612만2768대로 전년 대비 6.3% 늘었다. 내수가 114만7953대로 같은 기간 6.9%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수출이 9.9% 증가한 497만4815대를 기록하며 전체 판매 실적을 견인했다.

친환경차 흥행을 이끌고 있는 전기차 판매량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현대차·기아의 11월 전기차 판매량은 총 8277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6.1% 증가했다. 올해 누적판매량(1~11월)도 6만5951대로 전년과 비교해 155.3% 늘었다. 차종별로는 각 브랜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2228대)와 EV6(2202대)가 판매량 1·2위를 차지했다. 아이오닉 5는 올해 판매량(2만1478대)이 2만대를 넘었고, 출시 시점이 늦었던 EV6(9528대)도 1만대에 육박했다.



차종별 판매량(내수)은 기아의 신형 스포티지가 7540대가 팔리며 포터(7288대)와 그랜저(6918대)를 제치고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올랐다. 스포티지가 월간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은 2004년 2세대 모델 출시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및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빠른 출고가 가능한 모델을 우선 생산하는 등 차량 생산 일정 조정을 통해 공급 지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실제로 지난 9월부터 차량 생산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성과가 기대한 것보단 나오지 못했는데, 내년 1분기는 돼야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4분기에도 반도체 공급난 등의 악재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에 현대차는 반도체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올해 판매 전망을 기존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낮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위축됐던 글로벌 시장이 다시 활성활 될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지 차량용 반도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바닥을 찍었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1년 정도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GM과 쌍용자동차도 반도체 공급난을 피하지 못했지만 전달보단 다소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GM은 11월 한달간 총 1만2274대(내수 2617대+수출 9657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42.6%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올해 기준으로 월간 최저치(6875대)를 기록했던 10월 대비 판매량이 78.5% 증가했다. 내수 판매와 수출은 전월 대비 각각 5.0%, 120.4% 증가했으며, 특히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이 전월 대비 121.0% 늘며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쌍용차 (6,040원 ▼50 -0.82%)도 지난달에 전년 동월 대비 25.9% 감소한 8778대(내수 6277대+수출 2501대)를 판매했다. 국내·외 포함 출고 적체 물량만 1만2000대에 달했지만, 전달 대비해선 증가세를 나타냈다. 실제로 11월 판매량은 전달과 비교해 83.7% 늘어났다. 내수에선 90% 이상 증가했고, 수출 역시 5000여대가 넘는 출고 적체 중 일부를 해소해 전월 대비 66.7% 늘었다.

프랑스 본사(르노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공급량 관리를 해주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만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21.4% 늘어난 1만7872대(내수 6129대+수출 1만1743대)를 기록한 것.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내수는 15% 감소했지만 수출이 1254.4% 늘면서 국내·외 모두 연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반도체 등 부품 확보 노력의 성과로 빠른 출고가 가능해진 SM6, QM6, XM3 등 부산공장 생산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내수 판매 증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찾아온 쇼크와 비교하면 회복세로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차량 가격이 오르면 수요 및 회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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