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2일 청와대 관저에서 로마 가톨릭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7.12. *재판매 및 DB 금지
유 대주교는 이날 오전 바티칸시티에서 청와대 출입(순방) 기자들을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유 대주교는 지난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를 거쳐 이날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에서 해제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3년 전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교황 초청 의사를 전했을 때도 수락 의사를 표한 적이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조수정 기자 =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전 천주교 대전교구장)가 29일 오후 로마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들어서고 있다. 2021.07.29.
이어 문 대통령과 교황 간 만남에서 인상 깊은 장면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두 분이 눈 마주침에서부터 굉장히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듯한 깊은 신뢰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어 "신뢰가 있다는 것을 그동안 교황님이 대화할 때나 대통령님이 전할 때 항상 봤기 때문에 저한테는 아주 감동적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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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문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것을 두고선 "무슨 말씀을 나누셨는지 제가 알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분명 교황님께서 한반도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말씀을 하셨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또 코로나19 백신 등 북한에 대한 교황청의 인도주의적 지원과 관련해서도 "분명한 건 교황청에서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건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이다. (지원을) 받겠다고만 하면 이런저런 길이 충분히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교황청은 북한과 직접 교류를 하지 않고 있다. 유 대주교는 "(북한과) 직접적으로 접촉한 적은 없지만 북한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길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노력 중"이라며 교황청 자선단체인 '산에지디오'를 예로 들었다.
[바티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하고 있다. (사진=바티칸 제공) 2021.10.29. *재판매 및 DB 금지
대신 유 대주교는 "일반적인 말로 제가 그분(산에지디오)들의 상관이기 때문에 이분들을 통해 내 의견을 (북한에) 전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유 대주교는 "이탈리아가 유럽에서 제일 먼저 북한과 수교한 나라다. 친북 (성향의) 의원들도 있어 그 사람들이 가끔 북한을 가기도 한다"면서 향후 의원들과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도 시사했다. 이후 논의 결과를 교황청 국무원에 전달하는 등 간접적으로라도 북한과의 접촉을 위해 힘쓰겠다는 설명이다.
한편 유 대주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문 대통령의 안부를 받은 게 있나'라는 질문에는 "굉장히 아쉬워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제로 지난번 (한국에서) 떠나올 적에 '로마에서 10월에 뵙겠습니다'라고 했었다"며 "하느님이 이런 상황을(...)"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유 대주교는 곧 격리해제 이후 처음으로 교황을 만나 이번 문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전달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 대주교는 "이번 주가 지나면 성직자성 장관으로 교황님을 단독으로 뵐 일이 생길 것"이라며 "이번 일(면담)에 대해서 당신(교황)이 말씀을 하실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