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가스 폭발 사고' 추가 사망자 유족… "사과 듣지 못했다"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조성준 기자 2021.10.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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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소재 신축 공사현장이 지난 24일 관계자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뉴스1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소재 신축 공사현장이 지난 24일 관계자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뉴스1


"회사 쪽으로부터 (저는) 아직 사과를 듣지 못했습니다."

서울 금천구 가산메트로지식산업센터 가스 폭발 사고로 막내아들을 잃은 박씨의 아버지는 넋이 나간 얼굴로 말했다. 아직까지 아들의 사망 소식이 믿기지 않는 듯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금천 폭발 사고 추가 사망자인 박씨의 빈소엔 이날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금천 가스 폭발 사고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던 박모씨(40)가 숨졌다. 앞서 사망한 현장팀장 김모씨(45), 작업자 정모씨(47)와 함께 근무한 박씨는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는 총 3명으로 늘었다.



이날 오후 취재진이 방문한 박씨의 서울 금천구 고려대구로병원 빈소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박씨의 아버지는 "방금 지방에서 올라왔고, (사망한 박씨는) 내 막내아들"이라고 말했으나 이내 다른 유족이 "이제 막 상을 당한 상황이라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질문 자제를 요청했다. 이후 기자들의 취재에 가족 및 직장동료들은 입을 다물었다.

일을 마치고 저녁 빈소에 도착한 박씨의 형님인 A씨 역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에 대한 입장,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며 "지금 다 (피해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이해해달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망한 박씨의 상황을 조금 들어볼 수 있었던 건 이날 저녁 7시쯤이었다. 빈소에서 잠깐 나온 박씨의 아버지 B씨는 "아들과 연락한지 2~3개월 정도 됐다"며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B씨는 "(아들이) 일을 한지는 10년 정도 됐는데, 다른 곳에서도 일을 했었다"며 "어제 큰아들이 전화로 오늘을 못 넘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B씨는 "나는 사측의 사과를 듣지 못했다"며 "부검 여부는 내가 직접 동의했고, 알아서 해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빈소에는 이헌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과 나예순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장이 추모를 위해 발걸음했다. 이 청장은 "엊그제 고용노동부 장관도 현장에서 말했고, 유족께도 말씀드렸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관계기관과 철저히 조사해서 엄정 조치하겠다"며 "(현장책임자 등 조사와 관련해선) 경찰 등과 함께 다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는 26일 이뤄질 합동감식과 관련해선 "진행단계별로 경찰이나 고용노동부 측에서 진행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족 지원에 대해선 "사고 수습이 먼저이기 때문에 (수습을 마치고) 후속으로 이뤄질 걸로 생각한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합동감식과 함께 26일 오전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도 함께 이뤄진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사망하신 피해자분도 포함해 세 분 모두 내일 부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동감식 현장에선 가스설비 스위치가 고의로 작동했는지, 오작동 했는지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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