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옹호' 논란, 고집? 보수층 결집?… 윤석열 왜 사과 안 하나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1.10.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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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MBC에서 열리는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 참석하며 응원 나온 지지자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2021.10.20/뉴스1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MBC에서 열리는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 참석하며 응원 나온 지지자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2021.10.20/뉴스1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
"전두환 대통령이 7년간 집권하면서 잘못한 거 많다. 그러나 다 잘못한 건 아니지 않나"

국민의힘 대권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관해 한 말이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난이 쇄도했다. 그러나 캠프 참모진의 사과 건의에도 윤 전 총장은 "진의가 왜곡됐다"며 버티고 있다. 거듭된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사과하지 않는 배경을 두고 윤 전 총장의 개인적 고집 혹은 보수층에 호소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20일 대구MBC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서 논란인 '전두환 옹호' 발언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전두환이 내란죄, 내란 목적 살인죄로 유죄 받은 건 정통성이 없는 정권이다. 혹시 윤석열 후보께서 '내가 제2의 전두환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나"라고 물었다.

홍준표 의원도 윤 전 총장을 겨냥해 "5공 시절에 정치가 있었나. 독재만 있었다"며 "저는 5공 때 검사하면서 전두환 형도 잡아넣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광주로 쫓겨갔던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사과 대신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는 취지의 해명을 반복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민생을 책임지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고 어떤 정부든 업무 방식이나 정책에 대해 잘 된 게 있으면 뽑아서 써야 한다는 차원의 말이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5·18 피해자 분들이 아직도 트라우마를 갖고 계시기 때문에 경선이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서 그분들을 제가 더 따뜻하게 위로하고 보듬겠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했다. 2021.10.11[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했다. 2021.10.11
윤 전 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도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만기친람해서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능력과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서 국정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에서 쏟아지는 비난과 사과 요구에도 발언의 취지가 오해를 샀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캠프 내 참모진에서는 윤 전 총장에게 사과를 건의해보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 전 총장 캠프 김경진 대외협력특보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참모의 한 사람으로서 후보가 조금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일단 조금 면구스럽다"며 "광주에서 사과하는 것을 윤 전 총장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캠프 안보정책본부장인 백승주 전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캠프 차원에서 윤 전 총장에게 사과를 건의할 생각은 없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여러 참모들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필요성을 건의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도 "오늘 (윤 전 총장이) 직접 길게 설명한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입장 정리가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이 '전두환 옹호' 발언을 사과하지 않는 것을 두고 보수층 표 결집을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0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이것이 선거 전략 같다"며 "윤석열 후보가 어떤 지역주의 내지는 보수층 결집을 위한 선거 전략인 것 같은데 윤석열 후보 그러다가 역사의 큰 철퇴를 맞는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의 이번 발언은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것. 발언 자체도 문제지만 사과를 거부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개인적 고집인지, 보수층에 호소하려는 전략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발언의 정치적 후과는 그의 다른 실언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 경선에도 아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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