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인스타에 나 대신 가상인간이…일자리도 뺏는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1.10.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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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가상인간이 몰려온다]"전면엔 가상인간, 사람은 무대뒤로...어떻게 취급할지 사회적 합의 필요"

편집자주 광고모델과 아나운서, 은행원, 아이돌 등 인간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한 가상인간이 종횡무진하고 있다. 사람행세 하는 게임 속 캐릭터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매력으로 팬덤을 만들고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는 존재들이다. 수많은 가상인간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며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열어갈 세상에서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짚어본다.

KB국민은행 여의도 신관에 있는 'AI 체험존' /사진제공=KB금융KB국민은행 여의도 신관에 있는 'AI 체험존' /사진제공=KB금융


가상인간이 우리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경제적 쟁점이 생겨날 것으로 점쳐진다. 일자리 이슈가 대표적이다. 광고 모델이나 기상캐스터, 은행원 등 기존 인력을 가상인간이 대체하는 게 가능해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문제뿐 아니라 기존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가상과 현실이 혼재된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국내외 가상인간이 주목받는데는 코로나19(COVID-19)로 익숙해진 온라인 비대면 환경이 한 몫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온라인 화면을 통한 시각적인 요소들을 찾다보니 가상인간이 주목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라인 회의·공연 등 사회·경제적인 활동 중 상당수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는 경험을 했다"며 "가상인간은 비대면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호감을 느낄 만한 요소들을 종합한 최적의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고업계나 미디어, 서비스 직종에서 먼저 활용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요인들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인간은 상업적인 활용뿐 아니라 정치적 발언부터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의장은 "대표적인 가상인간인 릴 미켈라는 인권과 인종차별, 환경문제 등 여러 이슈에 대해 사회적 발언을 많이 하는데, 이런 메시지는 놀랍게도 실제로 호응을 얻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의 나 대신할 '페르소나'…SNS 계정처럼 '대중화' 가능성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인간' 등장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실존 인물을 본 떠서 가상인간을 만들거나 아예 다른 '페르소나'(타인에게 비치는 인격)를 만드는 게 가능해서다.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연예인, 정치인 같은 유명인을 가상인간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서 기술이 더 보편화되면 40대 중년 남성이 20대 여성 가상인간을 자신의 페르소나로 만드는 새로운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인간이 'SNS 계정'처럼 대중적인 소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 의장은 "기존에 실제 사람들이 SNS에서 활동할 때는 1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는데, 가상인간은 여러 페르소나를 표현 가능하다"며 "사안에 따라 A 가상인간으로, 다른 때는 B 가상인간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SNS에 멋지고 예쁜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대신 가상인간을 만들고, 실제로는 춤을 못추는 사람이 가상인간을 내세워 훌륭한 춤꾼 같은 연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김 교수는 "온라인 화면을 통해 노출되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가상인간이 기존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며 "가상인간 제작 관련 일자리는 늘겠지만, 기존 일자리들은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노동인력 문제는 일의 질적인 부분도 따져봐야 한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일은 가상인간이 맡고, 사람들은 얼굴없는 역할로 뒷받침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가상인간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 하는 부분도 과제다. 김 교수는 "앞으로 가상인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이라며 "가상인간에 대한 성희롱이나 욕설 등에 기준이 없으면 실제 사람을 대할 때 태도나 가치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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