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자체 프로그래밍 언어도 출시…홀로서기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1.09.28 11:16
글자크기
지난해 6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화웨이코리아 사무실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지난해 6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화웨이코리아 사무실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프로그래밍 언어를 자체 개발한다. 자체 개발한 언어를 중심으로 화웨이의 자체 OS(운영체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28일 IT(정보기술)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23일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된 '화웨이 커넥트 2021' 에서 이같이 밝혔다.



덩타이화 화웨이 컴퓨팅상품라인 총재는 "내년 자체 개발한 프로그래밍 언어 '창지에(?? ·창힐)'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지에는 한자를 창제했다고 알려진 고대 중국의 전설 속 황제의 사관(史官)이다.

중국 매체 신랑커지(新浪科技)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미 지난해 '창지에 언어'라는 명칭으로 상표 등록 출원도 마쳤다. 당시 상표 설명으로 '과학 기기'와 '홈페이지 서비스' 등의 분류가 표기됐다.



화웨이, '창지에' 기반 中중심 OS 생태계 구축 계획
화웨이는 '화웨이 커넥트 2021' 세션에서 자체 개발하는 오픈소스 기반 OS '오픈 어우라(OpenEuler)'의 신규 버전 출시도 예고했다. 오픈 어우라는 기존 OS인 '오픈 하모니'와 연계된다. 창지에는 두 OS를 잇는 연결고리가 된다.

화웨이의 자체 OS는 화웨이가 생산하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서버, 스토리지, 클라우드 컴퓨팅, 엣지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설비 등 화웨이가 제조하는 각종 통신 기기에 내장된다.

화웨이는 지금도 두 OS의 핵심 기술이 공유되고 있지만 프로그래밍 언어를 자체 개발함으로써 OS 생태계의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OS부터 애플리케이션, 기기, 개발자, 개발자 교육 등으로 이어지는 창지에 언어 중심 디지털 생태계를 공고히하겠다는 계획이다.


덩타이화 화웨이 컴퓨팅상품라인 총재가 지난 25일 열린 '화웨이 커넥트 2021' 기조연설에서 화웨이의 OS(운영체제) OpenEuler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화웨이 커넥트 2021' 영상 캡처덩타이화 화웨이 컴퓨팅상품라인 총재가 지난 25일 열린 '화웨이 커넥트 2021' 기조연설에서 화웨이의 OS(운영체제) OpenEuler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화웨이 커넥트 2021' 영상 캡처
화웨이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제재와 무관치않다. 현재 자바(JAVA)와 C, C++, C#, 파이썬(Python) 등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사용되는 주요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모두 미국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개발됐다. 현재 전세계에 통용되는 대부분의 OS가 이같은 언어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화웨이의 행보는 이와 구분되는 중국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화웨이는 지난 6월 하모니OS의 코드 소유권을 중국 정부 산하 조직인 오픈아톰파운데이션에 이양했다. 하모니OS를 각종 중국 기업이 제조하는 전자기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소스코드를 공개해 중국 중심의 OS 파급력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프로그래밍 언어 핵심은 '확장성'인데…화웨이 전략 성공할까
다만 실제 화웨이의 창지에가 중국 외 지역으로 확장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파급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용하는 개발자가 많아야 하고, 다른 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과의 호환성도 높아야 한다. 화웨이가 통신장비 점유율 1위라는 점을 감안해도 프로그래밍 언어 자체의 확장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우균 부산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현재 활발히 사용되는 자바의 개발사 썬도 하드웨어 시장 장악을 위해 자바를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언어만 간신히 기사회생했을 정도"라며 "화웨이도 하드웨어 영향력을 기반으로 언어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전략 같은데 중국 내수 수요로 어느 수준까지는 개발 생태계를 확보할 수 있어도 중국 역외 확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