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때아닌 '휘발유 사재기'…정유차 운전자 없어서 주유소 휘발유 '바닥'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21.09.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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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주유소에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 연료를 넣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영국 주유소에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 연료를 넣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영국에서 때아닌 '휘발유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차량용 기름을 운송하는 트럭(탱크로리) 운전자가 부족해진 탓이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석유회사 BP는 자사 주유소 1/3에서 휘발유가 바닥났다고 밝혔다. BP는 영국에서 1200개의 주유소를 운영중이다.



BP는 성명에서 "지난 이틀 동안 폭발적인 수요가 있었다"며 "가능한 빨리 재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랜트 샵스 영국 교통부 장관은 이번 사태가 '차량용 연료를 비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서 시작됐다며 사람들이 진정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영국 스카이 뉴스를 통해 "연료가 부족하지 않다"며 "사람들이 평소처럼 차를 타고 다니면 지금처럼 혼란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휘발유 자체' 보다는 정유소에서 주유소까지 휘발유를 공급할 트럭 운전자가 부족한 데서 시작됐다. 영국에선 최근 로리 트럭 운전사 구인난이 사회 이슈로 부상했다. 시민들이 공포감에 사재기에 나서는 패닉 바잉이 발생했다.

로이터와 BBC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코로나19'로 트럭 운전사에 대한 자격 검증 절차가 중단돼 신규 채용이 어려워진 것을 한 이유로 꼽았다. 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열악한 근무 조건'은 외국인 운전자들을 고용하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지난 26일 5000명의 외국인 트럭 운전자에게 임시 비자를 발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해결책"이라며 "크리스마스 전까지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일반 시민들의 시선도 차갑다. 26일 영국의 한 언론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7%가 '정부가 위기를 잘못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68%는 이 사태의 원인으로 '브렉시트'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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