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에 'UN연설문' 수정 또 수정...靑 "끝까지 아무도 몰라"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1.09.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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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청와대24시]文대통령, 19~23일 미국 순방...임기 중 마지막 유엔총회 기조연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9.15.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9.15. *재판매 및 DB 금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는 코로나19(COVID-19)와 기후변화 등 글로벌 위기 극복, 포용적 회복을 위한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는 한편 유엔 가입 30주년을 맞이해 향후 국제평화와 번영을 위한 우리나라의 역할과 기여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계획입니다."

지난 15일 오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2시간 후쯤 청와대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 관련 브리핑이 열렸다. 문 대통령의 이번 총회(현지시간 9월21일) 참석 의미와 주요 내용이 공개됐다.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이번 유엔 총회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지 30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총회에 남다른 기대를 걸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발신하며,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모멘텀으로 생각했다. 초안이 만들어지고 있는 유엔 총회 기조연설문에도 그런 의지가 많이 담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치권에선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문 대통령이 임기 말 재가동 하려고 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난감한 기류가 감지된다. 북한과 관련해선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문 대통령을 비판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6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김 부부장의 비판 담화에 관한 청와대 차원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대를 걸고 있는 유엔 총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북한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15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참관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문 대통령을 향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 따라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영상)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9.1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영상)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9.14.
문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없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에서 올린 자료들을 검토하며, 연설문을 비롯해 총회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5회 연속 유엔총회에 참석하는데 이번이 임기 마지막 기회인 만큼 다른 때보다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 초안을 수정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와 협력 노력은 물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비대면 화상으로 열린 유엔총회에서 녹화본으로 보낸 연설이 당시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이 피살되는 사건 직후에 나가는 바람에 논란이 일었기 때문에 끝까지 모든 이슈를 감안해 수정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22일 밤 9시40분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이 피격됐는데,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녹화분은 23일 새벽 1시26분에 전세계 송출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연설을 통해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한다"며 "한반도에 남아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당시 야권에선 "우리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피살된 사실을 보고 받은 문 대통령은 몇 시간 뒤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과 남북보건협력을 북에 제안했다"며 비판했다. 청와대는 "영상 녹화분이 이미 행사장에 보내진 상황이라 수정이 불가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설문 초안은 준비를 하고 있지만, 계속 검토가 되고 또 수정도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앞으로 어떻게 연설문이 수정될진 예측하기 어렵고, 마지막까지 연설문이 다듬어지고 수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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