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성동훈 기자 =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8.3/뉴스1
반도체, 부탄가스, 정밀화학원료, 평판압연제품, 그리고 면세. 한국이 전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품·산업 군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2014년 세계 최초로 연 매출 2조원 돌파를 달성하는 등 전세계 공항면세점 '매출 1위'를 차지해왔다. 브랜드 명성 유지를 위해 절대 공항면세점에 입점하지 않았던 루이비통도, 전세계 공항 면세점 중 최초로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비 반토막 난 15조5042억원을 나타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만 하더라도, 업계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엔 관광객이 돌아오면서 자연히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면세업계에선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코로나 이후 관광이 재개되더라도 이전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서울시내 한 시내면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중국은 한국 등으로 외화가 반출되는 걸 막기 위해 2011년 중국 최남단 하이난을 내국인 면세 특구로 지정하고 육성해왔는데 코로나19 발발 후 더욱 전폭적인 '면세굴기'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중국 당국은 하이난을 방문한 내국인이 본토로 복귀한 후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연달아 지난해 7월엔 하이난에서의 연간 1인당 면세 쇼핑 한도를 3만 위안(약 515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715만원)으로 늘렸고, 쇼핑 횟수 제한도 없앴다. 면세상품 품목도 38개에서 45개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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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의 '면세굴기 효과'는 톡톡했다. 2019년까지만해도 세계 면세점 순위 '톱3'는 스위스와 한국 면세점이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중국이 선두로 올라섰다. 중국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2020년 전세계 매출 1위 면세점의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 면세점 1위에 오른 CDFG는 하이난에서만 매출의 절반을 올렸다. 하이난 면세점 7곳 중 4곳이 CDFG 소유다.
중국 면세시장의 성장세가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경우 한국 면세시장은 자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 직매입시 많이 구입해와야만 더 저렴하게 팔 수 있다. 한국 면세시장은 따이궁들과 국제 관광객, 국내 관광객 등의 높은 수요 덕에 수년째 1위를 지키고 있어서 국내 면세 업체들은 그동안 좋은 브랜드를 유치하고 가격경쟁력 있는 상품을 입고할 수 있었다.만일 중국 면세시장이 한국 면세시장보다 더 커져서 협상력이 한국을 압도하게 된다면 자체 경쟁력을 잃어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더라도 고객들이 더 이상 한국 면세점들을 찾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