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인맥 어떻길래…청와대는 왜 백신 역할론을 말했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8.15 12:52
글자크기

①반도체 ②백신 ③취업제한

☞ '이재용 역할론 키워드 셋…문대통령 메시지에 숨은 뜻 '에서 계속

◆이전 기사 간단 요약
-코로나19發 경제위기 속 반도체 역할 커
-문 대통령도 "국익을 위한 선택", "반도체·백신 분야 역할" 강조
-삼성전자 선단장으로 투자·M&A 결단 필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후속 美 현지 반도체 투자도 현안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서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사진=뉴스1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서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사진=뉴스1


②지난해 화이자 백신 협상 때도 돌파구 제시



청와대가 언급한 반도체 역할론이 경제 부문에 대한 기대라면 코로나19 백신 수급과 관련한 발언은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를 통해 수차례 확인한 성공사례를 염두에 둔 당부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말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조기 확보 성과다. 당시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적잖았던 사실이 지난 4월 뒤늦게 공개됐다.



☞ 4월24일 보도 '웃돈 줘도 못 구하는 화이자 백신…이재용은 어떻게 뚫었나' 참조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협상 마무리 시점으로 예정했던 12월 초까지 화이자 고위 인사와의 협상 창구를 확보하지 못해 아시아 지역 판매를 담당하는 실무 임원진과 소득 없는 논의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화이자 회장과 정부 협상단 사이에 다리를 놨다.

당시 이 부회장은 오랜 기간 교류해온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이 화이자 사외이사라는 점을 알게 되자 휴가 중이던 나라예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화이자 회장과 백신 총괄사장을 소개받았다. 이 부회장의 중재로 12월22일 화이자 고위임원과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은경 질병관리처장 등이 참석한 화상회의가 열렸고 이를 계기로 백신 확보 논의가 급진전됐다.


지난 4월 경북 경주시 실내체육관에서 지역 75세 노인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의료진이 주사기에 백신을 소분 조제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4월 경북 경주시 실내체육관에서 지역 75세 노인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의료진이 주사기에 백신을 소분 조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사업차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준비하면서도 사업 협력과 함께 UAE가 확보한 백신 물량 공유를 논의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출장은 같은 달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무산됐다.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화이자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웃돈에 웃돈이 붙는 백신이 됐다. EU(유럽연합)가 내년과 내후년에 쓸 백신 18억회분에 대한 협상에서는 화이자가 지난해 11월 공급가격보다 26%가량 높은 가격을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도 부작용 문제 등과 맞물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남아돌아 일부 폐기 처분되는 반면, 화이자 백신은 공급이 딸리는 상황이 보고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언급한대로 이 부회장이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시 한번 코로나19 백신 수급과 관련해 조력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달 모더나 백신 4000만회분 확보에 차질이 빚어진 것과 관련해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역할론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고개를 든다.

③실질 경영활동 보장할 듯…출소 첫날 출근으로 화답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법무부가 이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한 사유로 국가경제와 관련한 역할을 언급한 데 이어 청와대도 '이재용 역할론'을 거들고 나선 것은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불거진 취업제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의 실질적인 경영활동을 막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지난 13일 출소하자마자 삼성서초사옥에서 사장단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을 만나 경영 현안을 논의한 데도 이런 교감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역시 취업제한 논란과 보호관찰 등 가석방 출소에 따른 여러 제약 속에서도 최대 성과를 내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다.

재계와 학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무보수 미등기 임원인 만큼 주요주주이자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한 인사는 "이 부회장이 정부와 국민의 기대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반도체·백신 관련 사업 현장에 우선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