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대 신학연구소, '신편천주실록 라틴어본·중국어본 역주' 간행

머니투데이 권태혁 기자 2021.08.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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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대 신학연구소, '신편천주실록 라틴어본·중국어본 역주' 간행


안양대학교가 신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단에서 '동서교류문헌총서' 제1권 '신편천주실록 라틴어본·중국어본 역주'를 간행했다고 9일 밝혔다.

안양대 신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은 그동안 소외받았던 연구 분야인 동서교류문헌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연구자들의 개별 전공 영역을 뛰어넘어 문학·역사·철학·종교를 아우르는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동서교류문헌총서'는 동서교류에 관한 분야별 주요 원전을 선정한 후 공동 강독회와 콜로키움, 학술대회 등을 거치며 번역 및 주해 작업을 수행했다. 최종적으로 그 결과물을 원문 대역 역주본으로 출간한다.

제1권 '신편천주실록 라틴어본·중국어본 역주'는 명말청초 예수회 동서교류문헌 중 최초의 '서학서'이며 최초의 중국어본 '교리교육서'인 미켈레 루제리(Michele Ruggieri, 羅明堅, 1543~1607)의 '신편천주실록'(新編天主實錄, 1584)과 라틴어 저본인 Vera et Brevis Divinarum Rerum Expositio(1582)을 세계 최초로 완역 주해한 것이다.



400여 년 동안 잊혀진 '신편천주실록'은 그 번역 소개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이 책이 마테오 리치 (Matteo Ricci, 利瑪竇, 1552-1610)의 '천주실의'(天主實義, 1603)의 모체라는 면에서 더욱 중요하다.

이를 통해 미켈레 루제리와 마테오 리치의 관계 및 '천주실의' 연구에 도움을 주기위해 중국어 판본 중 현존하는 최고의 사본인 로마 예수회본부 고문헌 자료실 소장본 ARSI Japonica-Sinica I, 190(1584)을 비교·번역·주해했다.
이어 'I, 190'의 교감본인 'I, 189'와의 차이, 나아가 마테오 리치가 주도한 '신편천주실록'의 개정 본인 '천주성교실록'(1637)에서의 변화를 추적했다.
안양대 신학연구소, '신편천주실록 라틴어본·중국어본 역주' 간행
미켈레 루제리는 중국 본토 선교를 시작한 최초의 선교사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의 중국 선교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다. 이것은 그가 중국에서 9년 정도만 활동했고 그 기록이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신편천주실록'을 저술했는데, 이것 역시 여러 이유로 잊혔다. 그의 사후 보유론적 관점에서 몇 차례에 걸쳐 수정·보완된 다음 최종 간행된 것이 '천주성교실록'이다.


또한 그는 본래 라틴어로 교리교육서를 작성한 다음 그것을 번역해 중국어본으로 출판했는데, 이 까닭에 '신편천주실록'에는 라틴어 저본이 존재한다.

미켈레 루제리가 중국 선교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고 마테오 리치가 중국 선교의 수장이 될 무렵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보전하는 새로운 선교 전략이 확립됐다.

그 결과 불교 용어를 활용했던 '신편천주실록'은 외면당하고 목판까지 폐기됐으며, '천주실의'가 출판되면서 역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천주실의'가 '신편천주실록'의 일부 본문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신편천주실록'은 '천주실의'의 모체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천주실의'를 비롯한 이후의 서학서들이 '천주'라고 번역한 서양의 신명 Deus를 계승했다는 점에서 '신편천주실록'은 예수회 선교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동서교류문헌총서'는 오는 9월 경 제2권 '천주강생출상경해 라틴어본?중국어본 역주'와 제3권 '나달의 복음서 도해집 역주'를 출간해 명말청초 동서문헌교류에 있어 유럽에서 아시아로의 종교 및 문명 교류에 대한 기본 문헌을 소개한 다음, 이런 교류를 경험한 아시아인의 눈으로 목격한 유럽을 묘사한 제4권 곽승도의 '사서기정 역주'를 출간할 예정이다.

한편, 안양대는 지난 2019년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에 선정된 뒤 '동서교류문헌 연구: 텍스트의 축적'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동서교류문헌을 주제별, 시대별, 언어별로 분류하고 조사해 축적하고, 통합·비교하며 다시 주제·시대·언어를 뛰어넘어 동서교류문헌의 연구들로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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