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은행들을 자중지란으로 몰았나...금융위 책임론 비등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2021.08.05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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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은행들을 자중지란으로 몰았나...금융위 책임론 비등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을 놓고 금융사들 간의 이해관계가 엇길리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은행만의 독자적인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들자는 쪽과 빅테크 중심의 대환대출 플랫폼에 들어가자는 쪽이 나뉜다.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 금융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은행과 금융감독원 등 이해관계자들과 논의 없이 빅테크 주도의 대환대출 플랫폼을 설계한 게 금융위이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대환대출을 위한 자체 플랫폼 구축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19개 은행 가운데 3곳이 자체 플랫폼 구축에 반대 의사를 밝혀 조율을 해야 한다. 은행과 금융결제원은 카드사, 저축은행 등과도 플랫폼 참여 관련 협의도 해야 한다. 은행끼리도 합의를 못 보고 있으니 난항 가능성이 높다. 자칫 대환대출 서비스 일정도 미뤄질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금융업계는 금융위 책임론을 제기한다. 금융위는 대환대출 서비스를 하게 되는 은행이나 이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과 아무런 사전 논의가 없이 빅테크 중심의 플랫폼에 금융회사가 입점하도록 판을 짰다. 그러나 은행들이 빅테크에 종속되는 동시에 빅테크에 수수료를 몰아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기에다 빅테크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일면서 금융위는 은행들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된다고 한 발 물러섰다. 수수료도 은행 등 금융회사가 알아서 정하라고 했다. 대환대출플랫폼 구성 초기부터 정한 방침이라는 것이 금융당국 입장이지만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보니 기존 금융권에서 수수료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졌다.

은행 등 금융사들은 빅테크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이 플랫폼에 상품을 제조해 공급하는 협력업체로 전락하는 길인지,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인지를 놓고 입장차가 확연하다. 시중은행들은 주로 전자인 반면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등은 빅테크의 플랫폼에 자사의 상품을 올려 놓는 게 유리하다는 쪽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은행 자체 플랫폼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론과 비용만 날릴 것이란 비관론이 공존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직접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사 위주의 플랫폼을 고려하는 경우의 수는 배제됐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면 지금과 같은 자중지란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부실 문제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회사들의 금리경쟁을 촉발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금리를 낮추기 힘든 금융회사들은 중,저신용자들에 대해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경쟁도 생길 수 밖에 없고 이는 잠재적인 부실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환대출플랫폼이 가동되면 은행권과의 금리경쟁에 한계가 있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한도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1~2%P(포인트) 더 내더라도 한도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차주들이 몰리면 부실 리스크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대면 대환대출 서비스를 통해 금융사 간 금리 인하 경쟁이 시작되면 소비자에게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어 유리하다"면서도 "다만 저축은행 등 중·저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해온 금융사들이 무리한 금리 경쟁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에도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다 보면 부실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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