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지속됐던 해운업 불황으로 HMM 직원들의 임금은 8년간 동결돼 왔다. 그 기간을 묵묵히 버틴 만큼 실적 개선이 이뤄진 올해 합당한 보상을 해달라는게 노조의 입장이다. 반면 산은은 채권단 관리 하에 있는 만큼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상응하는 보상을 통해 직원들 사기를 높이는 것이 기업 가치를 높이고 매각 차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사무직 직원으로 구성된 육상노조는 지난달 30일 이미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 조정안 확정기한은 이달 19일까지로 기한 내 조정에 실패할 경우 노조는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반면 HMM 직원들은 여전히 실적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처지다. 2019년까지 HMM 육상직원은 8년간, 선원직원은 6년간 임금이 동결돼 왔다. 지난해 임금 역시 중노위 조정 끝에 2.8% 인상에 그쳤다. 노조가 올해 임금 협상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다. HMM 한 관계자는 "노조 요구안 수용시 약 1200억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실적 대비 무리한 요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측 역시 합당한 임금 인상을 해주고 싶은게 속내지만 사실상 결정권을 산은이 쥐고 있는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앞서 실시한 외부 컨설팅 결과보다 한참 낮은 인상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도 산은의 입김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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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은 대외적으로 HMM이 여전히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만큼 높은 임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성과급 잔치'라는 빌미로 산은이 비판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도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HMM의 실적을 감안하면 노조의 요구안을 다소 수용하더라도 이같은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위기다. 산은 입장에선 HMM의 가치를 높여서 비싼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합당한 보상을 통해 직원 사기를 높이는 것이 산은의 이해에도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HMM은 1976년 창립 이래 한 번도 파업이 발생하지 않았다. 추가적인 진전없이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첫 파업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파업시 HMM 실적 타격은 물론 물류차질로 인한 중견·중소 수출기업들의 피해도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높아졌던 주가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어떻게든 파업을 피할 수 있도록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