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존경받을때도 있었다...30년전엔"

머니투데이 좌담회=김익태 정치부장, 정리=정진우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2021.07.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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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4.0 Ⅳ]<1>-③[더 나은 민주공화국을 위하여]진정한 협치를 하자

편집자주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니투데이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가 9회에 걸쳐 '대한민국 공론장'을 마련합니다. 어느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후보와 정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맹목적 진영논리나 인기 영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여야·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대안 경쟁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대한민국4.0 Ⅳ' 좌담회. 왼쪽부터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대한민국4.0 Ⅳ' 좌담회. 왼쪽부터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대통령과 청와대가 여당 지배를 통해 국회를 지배하는 정치 문화가 있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뤄질 수 없다. 과거 청와대 참모진들이 대선 전엔 여야 협치를 강조하다가, 정권을 잡으면 생각이 바뀌어 여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고 했다. 그게 현실이다."

1980~90년대 청와대에서 일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하 윤여준)은 우리나라에서 협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여야가 국민적 갈등이 있는 의제를 앞에 두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지만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으로 그러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치가 곧 협치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에 나서는 여야 주자들이 핵심 어젠다로 '협치'를 얘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6일 본사 4층 대회의실에서 공공정책전략연구소와 좌담회를 열고 내년 대선에서 핵심 어젠다가 될 이 문제를 다뤘다. 좌담회엔 과거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윤 전 장관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하 유인태)을 비롯해 국회의원 출신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이하 김관영),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이하 박상훈)이 참석했다.

-김관영: 내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협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유인태: 1988년 총선때 여소야대가 됐습니다. 그때 민주화를 이룩하고 나서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았습니다. 군사정권을 지나면서 국정의 모든 현안과 중요한 문제를 의회에서 여야가 상의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꿈꾸고 있는 협치가 된거죠. 5공 청문회를 비롯해 모든 국정을 국회의원들이 의회에서 다뤘죠. 국회의원들도 지금과 달리 지역구에 가면 인기가 많았고요.(웃음) 국정 현안을 다시 국회에서 논의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것만이 국민통합과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여준: 협치는 여야가 함께 하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 정치 현실에서 여당은 철저히 대통령제 지배하에 있습니다. 대통령은 협치를 원하지 않을 거예요.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고 정책을 빨리 결정하기 위해 야당을 패싱하고 싶어합니다. '급한데 언제 합의를 하냐'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여당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강행처리를 하려고 합니다. 대통령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협치는 힘든 게 현실입니다.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관영: 대통령이 5년 임기의 단임이기 때문에 그런건가요? 성과를 내려는 조급함 때문일까요?

-윤여준: 그런 측면도 있죠. 문제는 민주정부는 반응성과 책임성이 있어야하는데, 5년 단임제이기 때문에 국민의 요구에 반응성이 없어집니다. 또 책임을 물어야하는데 5년만 하고 나가니까 책임성도 없어져요. 그렇다고 여당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 정당은 수시로 이름과 로고를 바꾸고 과거와 결별합니다.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성도 있지만, 반응성과 책임성이 없기 때문에 더 큰 문제입니다.


-김관영: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박상훈: 정치의 역할은 시민들이 좀 더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변해야하고, 정부 운영 방향이 변화돼야 합니다. 여야가 서로에게 거부감이 드는 정치를 하기보다 협력이 가능하고 연합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다수제(다수결 결정)보단 합의제에서 운영해야 바람직합니다. 새로운 정부가 등장한다면 우리나라 헌정 구조를 분권화, 다원화 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논의를 해야합니다. 임기 중에 필요하다면 개헌을 하는 게 좋겠지만, 꼭 개헌이 아니더라도 정부 운영을 합의제로 하는 방향을 모색해야합니다.

-윤여준: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수시로 만나야 합니다. 과거에도 보면 청와대 비서실이나 여당 중진들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줘선 안된다는 생각으로 야당을 압박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야당도 국정운영에 협조할 수 없게 되죠. 대통령이 야당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합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유인태: 의회의 협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선거제도를 바꿔야합니다. 여당이 원사이드로 다수일 때 보면 불비례성이 너무 커요. 노태우 전 대통령은 36% 득표율로 100%의 권력을 차지했고, 41% 득표율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의원의 경우도 지금처럼 득표율보다 과다대표되는 소선거구제가 아닌 비례성이 강화되고, 시민의 뜻이 잘 반영된 선거제가 필요합니다. 기득권을 쥔 거대 양당은 소선거구제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겠지만, 21대 국회에서 지혜를 모아 선거제도를 개혁해야합니다.

-박상훈: 외교안보 분야는 초당적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역내국가로 중국, 역외국가로 미국을 신경써야합니다. 우리 안에서 외교나 안보 갈등이 있으면 두 강대국의 영향력이 더 커집니다. 외교안보는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에게 직접 설명하고, 공동 책임을 지며 운영하는 게 필요합니다. 혁신경제처럼 미래를 위한 일, 또 노동문제처럼 갈등이 심한 분야는 국회가 주도해서 사회적 합의를 추구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가 힘이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비토 세력만 생깁니다. 합의가 필요한 분야는 입법부가 해야합니다. 이밖에 재정과 예산은 행정부가 중심이 돼서 책임지는 겁니다. 국무총리가 이 영역에서 파생되는 갈등도 줄여가고, 여야 합의만 된다면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관련 부처가 일정한 사회적 필요에 따라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책연정이 다양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김관영: 여야가 합의를 해서 초당적으로 대처해야할 게 부동산입니다. 가장 중요한 민생정책이고 여야의 이념적 대결이 많지 않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부동산은 여야가 바뀌면 갈지자 정책 행보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게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입니다. 여야가 함께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부동산 로드맵을 만들고,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되게 지키자는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부동산 시장은 안정될 것입니다. 협치만이 갈등을 최소화시키면서 공존과 타협을 이끌 수 있는 수단이 아닐까 합니다.

☞좌담회 참석자 주요 이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16대 국회의원 △문민정부 환경부 장관 △전 청와대 공보수석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14·17·19대 국회의원 △20대 국회 사무총장 △참여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 △19·20대 국회의원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변호사·공인회계사(행시 36회·사시 41회)

*박상훈 국회 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 △정치발전소 학교장 △후마니타스 대표 △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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