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사진제공=야놀자.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도 30억 달러(약 3조4400억원)의 투자를 받았던 쿠팡과는 또 다른 충격이란 반응이다. '숙박중개앱' 정도로 알았던 회사가 단숨에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벤처)'을 넘보게 됐기 때문이다. 쿠팡 효과로 지난해 소프트뱅크가 일본 기업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둔 직후 나온 초대형 투자에 손 회장이 도대체 야놀자에서 본 '비전'이 무엇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초특가 ○○○'로 큰 모텔앱?…야놀자가 손정의 눈에 띈 이유)
'흙수저' 스타트업 신화
2018년 야놀자가 인기 그룹 EXID의 하니를 모델로 전개한 광고 캠페인. '초특가 야놀자'란 중독성 있는 노래와 밝은 이미지로 기존 숙박사업에 대한 이미지를 전환시켰단 평가다. /사진=야놀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종사자들이 모이는 카페인 '모텔 이야기'를 개설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숙박업 현장에서 느낀 경험과 개선점 등을 정리하며 숙박업소와 이용자를 쉽게 연결해주고, 음지에 머물렀던 숙박업소를 젊은층이 '노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야놀자 비즈니스 모델의 원형을 만들었다. 2005년 이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창업하고, 유명 카페인 '모텔투어'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감 좋은 '경험형 천재?'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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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야놀자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것은 2010년대 들어 선제적으로 모바일 시대에 뛰어들면서다. 현장결제·유선예약·오프라인 등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던 여행시장에서 발 빠르게 모바일 앱을 만들며 이용객들을 확보한 것이다. 모텔에 펜션, 특급호텔까지 범위를 넓히는 데 더해 레저·교통·레스토랑까지 여행서비스를 통합 판매하는 '슈퍼앱' 전략을 시도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무엇보다 디지털·IT(정보기술)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한 것이 이 대표의 수완을 증명한단 평가다. 실제 야놀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자와 숙박업소를 중개해 수수료를 취하는 플랫폼이 아닌, B2B(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 더 유명하다. 직접 자체 호텔관리시스템을 개발해 동남아, 아프리카까지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하면서다. 이번 투자를 결정한 손 회장도 야놀자의 이 같은 기술경쟁력을 높이 샀다는 진단이다.
거대해진 규모, 야놀자 사단은?
야놀자는 최근 '트래블테크'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야놀자
김 대표는 서울대와 미국 다트머스대 MBA를 졸업하고 구글을 거쳐 유명 컨설팅회사 맥킨지에서 근무한 경영·전략 전문가다. 외부 투자 유치와 해외진출은 물론 디지털전환까지 도맡으며 성과를 냈다. 이 대표가 선장이면 김 대표가 배를 이끄는 항해사인 셈이다.
또 다른 기반은 여느 IT전문 기업보다 탄탄한 R&D(연구개발) 조직이다. 현재 1000명에 달하는 본사 인력의 40% 이상이 개발인력이다.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주요 테크기업을 거친 전문가인 엄태욱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하반기에도 300명이 넘는 개발자를 신규 채용하며 R&D 조직을 강화한단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