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규도 반한 그 물류센터 가보니…"앱 하나면 끝"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1.07.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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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창고'에서 '최첨단 유통인프라'로...물류센터의 경제학③

편집자주 쿠팡발 물류인프라 경쟁이 뜨겁다. 전국 각지에 하루가 멀다하고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과 시설로 무장한 초대형 물류센터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익일배송, 새벽배송을 넘어 즉시배송까지 이어지는 무한 배송속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 e커머스 패권을 확보하려는 유통업체들이 아낌없이 물류투자에 나서면서다. 그러나 잇따른 물류센터 화재로 드러난 안전관리나 노동자 과로사 등 배송경쟁 이면의 그림자도 커지고 있다. 얼마전까지 '창고'로 불렸지만 이제는 비대면 소비시대의 '최첨단 인프라'로 거듭난 물류센터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7일 오후 3시40분쯤 방문한 경기도 성남시 오아시스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오아시스 루트(ROUTE)' 앱을 보고 있다. 오아시스 루트 앱은 오아시스마켓이 물류센터 운영을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오아시스마켓 흑자 경영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7일 오후 3시40분쯤 방문한 경기도 성남시 오아시스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오아시스 루트(ROUTE)' 앱을 보고 있다. 오아시스 루트 앱은 오아시스마켓이 물류센터 운영을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오아시스마켓 흑자 경영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


7일 오후 3시40분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오아시스 물류센터. 얼마전 예능프로그램에 등장, 왠지 낯설지 않게 여겨지던 이 곳에 들어서자 냉기가 온몸을 감쌌다. 냉장·냉동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물류센터 특성상 각각 5℃, -20℃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물류센터 안은 마치 에어컨을 튼 것처럼 시원했다. 30℃ 안팎을 넘나드는 바깥 날씨였지만 일정하게 유지되는 물류센터 내부 온도 영향인지 직원들은 모두 '오아시스' 로고가 적힌 외투를 입고 있었다.

이날 물류센터에 들어서며 가장 눈에 띈 것은 직원들이 팔에 찬 스마트폰을 수시로 바라보면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오아시스 물류센터에선 스마트폰 활용이 필수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오아시스 루트(ROUTE)' 앱을 통해 모든 시스템이 운영되기 때문이었다.



오아시스 루트는 오아시스마켓의 모회사인 지어소프트가 개발한 물류IT 기술로 '물류센터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개발된 소프트웨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지어소프트 직원이 직접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며 "별도로 외주를 맡겨야 하는 다른 업체와 달리 지어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이라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개발된 루트의 가장 큰 특징은 발주·피킹(Picking)·패킹(Packing)·배송 등 모든 절차를 앱 하나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리케이션을 기준으로 동선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상품을 픽업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이곳저곳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일반적인 물류센터에서 사용하는 DAS(Digital Assorting System)보다도 빠른 포장이 가능하다. 연면적 약 7210㎡(2181평) 규모에 불과한 오아시스 성남 물류센터가 하루에만 2만개 넘는 주문량을 처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7일 오후 오아시스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상품을 피킹하기 위해 필요한 카트를 나르고 있다. 카트 하나당 15개 바구니를 담을 수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7일 오후 오아시스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상품을 피킹하기 위해 필요한 카트를 나르고 있다. 카트 하나당 15개 바구니를 담을 수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
오아시스 루트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바구니 15개를 담을 수 있는 카트가 필요하다.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역시 통계적인 기법에 의해 고안된 것으로 가장 효과적인 피킹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선 15개 바구니가 적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직원들도 1번부터 15번까지 번호가 부여된 바구니에 지정된 상품을 담는 방식으로 피킹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콩나물을 주문한 고객들의 바구니가 2,7,14번이라면 콩나물 상품 구역에서 해당 번호 바구니에 콩나물을 담은 뒤 다음 동선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직원이 첫 상품을 담고 15개 바구니 피킹을 완료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30여분이 채 되지 않았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직원 한 명당 240여개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직원들이지만 직원들의 표정에 지친 기색은 없어보였다. 오히려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물류센터에서 2년째 일하고 있다는 김모씨(48)는 "일단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다 보니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다른 물류센터에서도 일했을 때는 휴게시간이 너무 짧고 엄격했는데 오아시스는 자유롭게 쉴 수 있어 마음도 편한 것 같다"고 밝혔다.

오아시스가 이런 복지 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도 결국 오아시스 루트에 있었다.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물류센터가 운영되다 보니 다른 물류센터에 비해 비용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절약된 비용을 인건비에 투자할 수 있었다. 실제 오아시스 물류센터 직원들은 100% 정규직으로 급여도 일반적인 물류센터 직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받고 있었다. 성과가 좋은 직원은 한 달에 400여만원을 받아간다고 한다.
7일 오후 오아시스마켓 직원이 프리미엄 배송을 위해 상품이 담긴 바구니를 2층으로 전달하고 있다. 프리미엄 배송은 2층에서만 진행되며 포장을 최소화한 친환경 배송이다./사진= 임찬영 기자7일 오후 오아시스마켓 직원이 프리미엄 배송을 위해 상품이 담긴 바구니를 2층으로 전달하고 있다. 프리미엄 배송은 2층에서만 진행되며 포장을 최소화한 친환경 배송이다./사진= 임찬영 기자
피킹이 완료된 상품들은 곧바로 패킹(Packing) 작업에 들어갔다. 1층과 2층에서 나눠서 패킹 작업을 진행했는데 프리미엄 포장은 2층에서만 진행하기 때문에 해당 상품들은 모두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2층으로 옮겨졌다. 프리미엄 포장이란 상품 포장을 최소화해 포장 비용을 줄이고 이 비용을 배송 기사에게 지급하는 방식의 배송을 의미한다. 친환경을 생각하면서도 배송 기사의 복지를 늘린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친환경 배송의 일환이다.

포장이 완료된 박스들은 배송을 위해 모두 한곳에 모여졌다. 크기가 다른 박스들이 한곳에 어우러져 있었는데 직원들이 박스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오아시스마켓은 이 작업 역시 효율화를 위해 패킹이 끝난 박스를 자동으로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 시스템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분류 작업에 들어갔던 비용마저 절약해 흑자 경영 기조를 더 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오아시스마켓은 2015년 193억원에서 지난해 2386억원으로 6년 만에 매출이 12배가 뛰었음에도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97억원을 기록하며 새벽배송 업계에선 유일한 흑자 기업이다. 이러한 오아시스마켓의 흑자 경영의 핵심도 결국 오아시스 루트를 통한 물류센터 운영에 있었다.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사장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물류센터를 통해 흑자 경영을 꾸준하게 이어올 수 있었다"며 "규모가 커지더라도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고객들에게 '저렴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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