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론이 제기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공약을 적극 내세운 데에는 '공정'이 화두로 떠오른 점, 2030 지지를 바탕으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 등의 영향이 없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로 여권 후보들이 여가부 폐지론에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폈다. 여가부의 문제가 있으면 이를 개선해야지 조직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다수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마포구 J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합동 TV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가부의 부분적 업무조정은 필요하지만, 부처의 본질적 기능은 유지되고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의 권익을 신장하고 여성의 참여를 끌어올려야 할 분야들이 많고 뿌리 깊은 성차별과 가부장적 문화로 인한 갈등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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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의원은 "여가부 폐지 공약 중 그 예산으로 제대 군인 지원비용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건 참 고약하다"며 "정치적 꼼수가 들여다 보인다"고 말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유승민 전 의원의 여가부 폐지 주장은 전형적인 편가르기 정치"라며 "소위 '이대남(20대 남성)' 지지를 업은 이준석 당 대표의 후광효과를 얻으려는 얕은 수"라고 주장했다.
신중 입장을 밝힌 여권 후보도 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단시간에 판단하기보다 종합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지금 바로 입장을 내긴 어렵고 8월 중 정부조직개편안에 담아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野, 대체로 신중 입장…원희룡 유일한 "폐지 반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희망오름'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야권의 유일한 여성 후보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여가부 폐지론에 "칼 자르듯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현재 여가부에 문제가 있지만 폐지와 존치를 놓고 더 토론해야 한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금 그 부분에 대해 따로 입장이나 의견을 낼 계획은 없다"며 "향후 관련 입장이 있으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아직 그것은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여가부 폐지가 아닌 성평등 인권의 관점에서 아동·청소년 인권 정책을 성평등 인권부로 통합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유승민·하태경, 여가부 기능 중복·갈등 조장 지적…'이준석 마케팅' 분석도유 전 의원과 하 의원은 여가부를 폐지하는 대신 각각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한다. 현재 여가부의 기능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맡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가부라는 별도의 부처를 두는 것은 기능 중복과 예산 낭비를 가져오기 때문에 양성평등위를 통해 각 부처의 양성평등 정책을 조율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 의원은 '젠더 갈등'에 집중한다. 하 의원은 전날(6일) 요즘것들연구소 2기 출범식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여가부가 남녀평등과 화합으로 가기보다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젠더갈등 조장부가 됐다"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여가부를 폐지하고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 2030 세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요소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9년 여가부의 '아이돌 외모 가이드라인'(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초중고 성 평등 교육 사례집 등이 잇따라 젠더 불평등 논란을 일으키며 갈등을 부추긴 바 있다.
다만 이들의 세부적인 대안과 별개로 이를 '이준석 마케팅'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공정을 화두로 내세우는 이준석 당 대표 체제에서 이대남들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기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유승민과 하태경 후보가 본래 이준석 대표와 비슷한 성향과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보다 시류에 편승한 면이 크다고 보여진다"며 "20대 남성을 타깃으로 한 일종의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