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24조2항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우리 군이 어기고 내사 상태에서 무리하게 본인을 압수수색했다는 논리다.
국가원수로 막강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과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진의 자녀 등 친인척이 내사를 받는다면 어떨까. 이와는 차원이 다른 혼선과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달리 보면 사법개혁의 세부 절차가 모호할수록 권력 견제·피해자 보호가 더뎌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사법개혁 연착륙'이 차기 대통령의 당면과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안(2018년6월21일)
대통령의 자녀가 '군 복무' 중이라면 변수가 추가된다. 그마저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선 군 내 성범죄 사건 담당을 기존 군사법원에서 일반법원으로 이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또 전시가 아닌 평시엔 군사법원을 가동치 못하게 하고 사건 수사도 기존 군검찰 대신 일반 검찰에 맡기자는 보다 급진적인 법안도 있다.
수사 뿐 아니라 기소를 누가할지 논란이 될 수도 있다.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에서 '수사는 검찰에 맡기되,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한다'는 유보부 이첩을 수원지검에 요구한 적이 있다. 수원지검은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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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검·경 수사권 조정 이슈도 있다. 검찰은 공직자, 부패, 경제, 선거 등 6대 중요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 반면 경찰은 그만큼 수사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수사 OS' 깔고, 대통령에 대한 '여당 견제'도 필요" 형사사건 전문인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공수처의 설치나 관할권의 조정과 같은 사법개혁 관련 문제들로 형사제도가 '삼국지 초반'처럼 복잡한 구도"라면서도 "실질적으로 피해자 보호에 얼마나 효과적일진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기관 설치 등 하드웨어적 업무 이후 관련 기관들이 수사 인력·체계 등 OS(운영체제)적인 측면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치권의 갈등도 수사기관간 혼선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늦게 출범하다 보니 곧바로 할 수 있는 상황도 안되고, 어느 정도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관계 법령이 이미 통과된 상황에서 정치적 갈등이 (수사기관 관련 혼선의) 배경인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에 대한 인사권을 쥔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시 중요하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독립적이기 위해선 여당이 늘 대통령편만 들게 아니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선거·공천제도의 변화가 결국 대통령에 대한 감시·견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