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글로벌 공급망 재편, 위기인가 기회인가?

머니투데이 박천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2021.06.2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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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일 원장박천일 원장


올해는 중국의 폭발적 경제성장의 도화선이 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주년이 되는 해다. 2001년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은 13억명의 내수시장을 내주는 대신 글로벌 기업의 투자유치를 통해 첨단기술과 경영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세계의 공장을 넘어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G2 국가로 부상했다. 중국은 이제 반도체·배터리·바이오·우주항공 분야에서까지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로,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는 보복관세와 화웨이 등에 대한 거래금지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수출금지로 확대됐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과 자동차 생산 중단,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업체의 반도체 공급여력 부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지난 6월8일 공개된 바이든행정부의 공급망 점검 보고서는 미국의 변화한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의약품 4대 핵심품목의 안정적이고, 회복력이 강하며, 지속가능한 공급망이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안보, 더 나아가 기술리더십에 필수라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 기술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반도체 제조시설 확대와 배터리산업의 필수 광물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채굴과 가공에 대한 표준 신설과 지역 다변화의 중요성, 그리고 복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 유통상의 투명성 제고와 미국 내 생산의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우리 기업에 위기일까, 기회일까. 미국과 EU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 EU, 중국 등 시장별로 공급망을 지역화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클라우드, AI(인공지능), 전기차, 메타버스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주요 산업에 필수 중간재를 공급한다. 따라서 미국과 EU의 자국 내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지원 확대정책이 우리 기업들에는 잠재고객을 확보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파운드리의 경우 현재 TSMC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반도체산업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또 글로벌 기업들은 안정적인 부품조달을 위해 복수의 공급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여지는 많다고 생각된다. 배터리도 우리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미국 주요 자동차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생산할 계획이기 때문에 시장선점에 유리한 입장에 있다.

다만 미중 디커플링(비동조화)이 심화할 경우 중국에 대한 수출입 제한 등 견제조치가 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에 집중된 해외 생산시설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동남아 등으로 분산하는 방안을 우리 기업들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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